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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 혁신금융 전도사가 되길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09 17:45

수정 2019.08.09 17:59

은성수 수출입은행장(58)이 9일 문재인정부의 두번째 금융위원장에 내정됐다. 금융수장으로서 은 후보자의 적격성은 딱히 흠잡을 곳이 없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세계은행 상임이사를 지낼 만큼 국제금융에 밝다. 공직을 떠난 뒤엔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을 거쳐 수출입은행장을 맡았다. 나라 안팎의 만만찮은 사정을 고려할 때 문 대통령의 '은성수 카드'는 시의적절하다.

다만 노파심에서 은 후보자에게 두 가지를 주문하고 싶다.
하나는 미·중 통상마찰의 파장을 가볍게 여기지 말라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낙인찍었다. 하지만 중국은 보란듯이 기준환율을 달러당 7위안 이상으로 고시했다. 미국에 대고 할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덤빈 것이다. 과거 한국은 외부에서 대형위기가 닥칠 때마다 환율이 급변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20년 전 외환위기, 10년 전 금융위기 때에 비하면 우리 경제가 탄탄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기축통화를 갖지 못한 나라는 늘 환율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한·일 간에 불거진 무역보복 마찰은 또 다른 악재다.

은 후보자는 9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금융시장의 안정은 당장은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지금 위기나 파국을 얘기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그 말에 동의한다. 하지만 금융위원장이라면 늘 최악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주머니 속에 넣어두는 게 좋다.

두 번째는 혁신금융이다. 은 후보자는 간담회에서 휴대폰 간편결제 포인트로 아이스크림을 사먹은 일화를 소개했다. 핀테크에 익숙한 금융위원장 후보라니 반갑다. 덧붙여 은 후보자에게 이정동 청와대 경제과학특별보좌관(서울대 교수)과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경제부총리)의 고언을 들려주고 싶다. 이 보좌관은 "(15세기) 콜럼버스의 대서양 횡단을 뒷받침한 것은 크라우드펀딩"이라며 "금융시스템 혁신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라고 말한다('축적의 길').

김진표 의원은 "주인이 없는 한국 금융은 핀테크 혁명에 굼뜨게 적응하고 있다"며 "기술가치를 알아보는 금융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한다('구직 대신 창직하라'). 단순 담보대출이 아니라 벤처에 투자하는, 도전정신으로 충만한 은행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김 의원은 "금융이 변하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열린다"고까지 말한다. 제조업에 비하면 한국 금융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은 후보자가 두 사람의 고언을 마음속 깊이 새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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