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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떨어지니 금값 뛴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08 17:34

수정 2019.08.08 17:34

美中 무역전쟁 확대 ‘격랑’ 속 각국 중앙은행 금리인하 속도
투자자들 안전자산에 돈 쏠려 금값 6년만에 1500달러 돌파
국채가격도 ↑…주식은 널뛰기
금리 떨어지니 금값 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안보문제로 확대되면서 격랑 속으로 빠져들자 돈이 안전자산으로 몰리고 있다. 전세계 국채 가격이 뛰고,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6년만에 1500달러를 돌파했다.

반면 주식은 매도와 저가매수세가 공방하며 널뛰기 장세를 보이고 있고, 국제유가는 세계 경기둔화와 이에따른 석유수요 둔화 우려로 연일 하락하며 연중 최저치로 추락했다. 7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CNBC,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같은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뉴질랜드·인도·태국 금리인하

미중 무역전쟁 확대에 따른 불확실한 세계 경제 전망 속에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인하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이날 뉴질랜드, 인도, 태국 중앙은행은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인도준비은행(RBI)은 이날 통상적인 0.25%포인트 금리인하가 아닌 0.35%포인트 금리인하를 결정했다. 0.25%포인트를 넘는 인하폭은 2015년 이후 처음이다. 뉴질랜드준비은행(RBNZ)은 인하 폭이 더 컸다. 0.25%포인트 낮출 것이라던 시장 예상을 깨고 RBNZ은 이날 그 2배인 0.50%포인트 전격 인하를 단행했다. 뉴질랜드 기준금리는 이에따라 사상최저 수준인 1%로 떨어졌다.

6월과 7월 잇따라 기준금리를 낮춰 사상최저치로 떨어뜨린 호주준비은행(RBA)은 이날은 이날 금리인하를 쉬어가기로 결정했다. 태국은행(BOT)은 시장이 예상치 못한 전격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해 기준금리를 1.75%에서 0.25%포인트 낮은 1.50%로 떨어뜨렸다. 태국 바트가 올들어 아시아 통화 중에 가장 큰 폭의 평가절상을 기록한 터라 이날 금리인하는 중국 위안 평가절하에 대응하기 위한 환율전쟁의 일환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금, 1500달러 돌파

무역전쟁 파고가 높아지는 가운데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인하에 탄력이 붙으면서 세계 경제전망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같은 불안감은 자산시장의 돈의 흐름에 곧바로 영향을 주고 있다.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인 국채와 금을 사들이는 한편 위험자산인 주식과 석유 등 상품을 내다팔고 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은 12월 인도분이 이날 2.2% 뛰며 1522.70달러까지 뛰었다. 2013년 4월 이후 6년여만에 처음으로 온스(31.1g)당 1500달러를 돌파했다. 금은 올들어 상승률이 18%를 웃돌아 14.3% 수익률에 머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상승폭을 상회했다.

금과 함께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독일 등의 국채에도 돈이 몰리면서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미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장중 1.6%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오후장 들어 수익률이 반등하면서 1.675%로 마감했지만 수익률 하락 흐름이 이어졌다.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 역시 장초반 마이너스(-)0.5890%까지 밀리며 사상최저치를 기록했고, 30년물 수익률도 이날 사상최저 수준인 -0.117%까지 떨어졌다. 30년만기 독일 국채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앞둔 영국을 비롯해 뉴질랜드와 네덜란드 국채 수익률 역시 사상최저치를 찍었다. 투자자들이 국채에 몰리면서 마이너스 수익률 국채 규모는 15조달러를 넘어서게 됐다. 반면 미국 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4.7% 폭락하며 1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추락하는 등 유가는 세계 경기둔화 우려로 하락하고 있다.

■시장 급등락, 지속된다

이번주 들어 주식시장은 널뛰기 장세를 보이고 있다. 급락세를 타다 장 후반 저가 매수세가 몰리면서 낙폭이 크게 좁혀지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 막판 상승세는 장후반 국채 수익률 상승반전과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추가금리인하 기대감이 이끌었다. 주식시장은 불안한 시장심리를 반영하듯 요동치고 있다.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장중 633포인트 밀렸지만 종가는 22.45포인트, 0.1% 하락한 수준에서 멈췄다. S&P 500 지수는 장중 2% 약세를 보였지만 막판 저가 매수세에 힘입어 2.21포인트(0.1%) 오른 2883.98로 강보합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는 0.4% 상승세로 장을 마쳤다.


전문가들은 널뛰기 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변동성을 높인 무역전쟁 불확실성, 미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 혼선이 아직 가라앉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KBW의 주식 거래 책임자인 RJ 그랜트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상황"이라면서 "이같은 상황들이 시장을 극도의 변동성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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