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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일수록 길게 보라" 6일부터 릴레이 현장점검[삼성 긴급 사장단회의]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05 17:56

수정 2019.08.05 17:56

日 '韓 화이트리스트 제외' 대응..이재용, 전자계열 사장단 불러모아
경영진 휴가 반납하고 대책 마련..정부 경쟁력 강화 발표 직후 열려
삼성 직접 소재부품 개발 나설수도
"위기일수록 길게 보라" 6일부터 릴레이 현장점검[삼성 긴급 사장단회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가) 제외 조치 이후 전자계열 긴급 사장단회의를 즉각 소집한 건 사태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내부의 동요를 조기차단해 다시 한번 위기극복을 통한 재도약에 나서자는 강한 의지로 풀이되고 있다.

아울러, 국내 대표기업의 총수로서 이날 정부가 발표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방안에도 적극 협력하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재용 "위기일수록 길게 보라"

5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오후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열린 전자계열 사장단 긴급회의 자리에서 일본의 수출제재 확대 조치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한 관계자는 "회의 내내 이번 사태가 각 사업에 미칠 영향을 놓고 긴박한 분위기가 이어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만, 이 부회장은 소집한 전자계열 경영진들로부터 일본의 수출제재 확대 조치에 따른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자전기 등 각 사업부문의 영향을 보고받은 뒤 침착한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13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반도체부문(DS)과 디스플레이 경영진을 소집한 긴급 사장단회의에서도 "단기 현안대처에만 급급하지 말고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의 큰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며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하고, 흔들리지 않고 시장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자"고 당부한 바 있다.


삼성 계열사 임원은 "이 부회장이 반도체 시황 부진과 일본 제재 등 대외환경 변수의 겹악재로 위기상황이 깊어질수록 근본적인 사업경쟁력 강화를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다"며 "이는 경영진과 임원들이 단기 리스크나 실적에 매몰돼 조급한 판단에 빠지는 실수를 막겠다는 차원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6일부터 평택·기흥·온양·아산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장 현장경영에 나서는 것도 내부결속과 사태수습에 대한 의지를 임직원들에게 직접 전달하려는 취지로 볼 수 있다.

■삼성, 소재·부품 개발 뛰어드나

이날 이 부회장과 삼성 전자계열 경영진들은 여름휴가를 일제히 반납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그만큼 일본 수출제재 사태를 삼성의 공급망관리(SCM) 정책의 중대한 분수령으로 판단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이날 회의가 정부의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방안 발표 직후에 열렸다는 점에서 삼성이 자체적인 국산화 대책을 마련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발표된 정부의 경쟁력 강화방안 가운데 단기 공급안정성 품목으로 선정된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소재·부품·장비 개발에 삼성이 직간접적으로 뛰어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1년 내 공급안정 품목으로 에칭가스,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현재 제재품목을 선정한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이들 핵심 소재·부품 개발에 어떤 식으로든 나설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삼성이 소재·부품과 장비 개발에 직접 뛰어들기보다는 국내 유망 중소·중견기업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국산화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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