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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피해만 계산해도 -0.44%… 올 성장률 1%대 떨어지나[한·일 경제전쟁]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04 17:46

수정 2019.08.04 17:46

非전략물자 통제 '캐치올' 더 문제
품목 광범위해 피해 가늠 어려워..기업투자·소비심리 악화일로
추가 경기부양책 필요한 상황
반도체 피해만 계산해도 -0.44%… 올 성장률 1%대 떨어지나[한·일 경제전쟁]
반도체 피해만 계산해도 -0.44%… 올 성장률 1%대 떨어지나[한·일 경제전쟁]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면서 대한국 수출규제가 시작됐다. 일본에서 생산된 소재를 수입해 중간재를 만들어 중국에 수출하는 구조를 가진 우리나라 경제에 불확실성을 키우는 조치가 시행된 것이다. 여기에 갈수록 격화되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 경제가 위축되면서 우리 중간재 수출에 대한 타격도 한층 더 커지고 있다.

따라서 하반기 경기흐름에서 반등을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가능성이 대두된다.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추가 부양책 필요성이 대두된다.


■장기화 땐 경제 하방압력 현실화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2%다. 반면 시장에서는 한은의 전망치도 높다고 보고 있다. 2.0%에 가까스로 턱걸이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은 2.0%로 하향조정한다. 일본 수출규제 변수는 기업 활동 불확실성 변수여서 설비투자 회복 지연 가능성으로만 반영했다"며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90일 내외의 심사기간 이후에도 반도체 소재 등 품목의 수출이 지연되거나 불허되는 경우 (성장률) 전망의 추가 하향 조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로는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에서 제외한 것이 경제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이날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와 전망' 보고서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장기화로 반도체 생산이 10% 감소할 경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약 0.27~0.44%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만약 해외 경쟁기업이 한국의 반도체 생산차질에 따른 공급 부족분을 대체한다면 GDP가 0.44% 감소해 그렇지 못할 경우(0.27%)보다 감소폭이 커진다는 것이다. 이는 연구원이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3개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로 반도체 소재 수출이 제한됐을 경우를 가정해 분석한 결과다. 일본의 이번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에 따른 피해 내용은 감안되지 않았다.

특히 '캐치올' 규제 적용과 관련해서는 규제 대상 품목이 광범위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캐치올 규제는 전략물자가 아니더라도 군사전용 가능성이 있는 품목을 수출할 경우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한 제도다. 이 같은 수치는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심리적 위축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성장률 2%대 위협받아

하반기에는 소재 수입 불안과 함께 미·중 무역분쟁 격화로 인한 우리 중간재 수출도 타격이 예상된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협상이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한 10%의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한·중·일 3국의 경제는 긴밀히 연결돼있다. 일본이 소재를 한국으로 수출하면 한국에서 중간재를 만들고 이를 다시 중국으로 수출해 완제품을 만들어 전 세계로 수출한다.

이 같은 구조가 공고한 상황에서 미·중, 한·일 무역갈등이 하반기 중 지속되고 확전된다면 한·중·일 경제 연결 구조에 균열을 만들고 그만큼 각국 경제의 위축은 불가피하다. 때문에 올해 우리나라 연간 성장률이 1%대로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보호무역기조 강화로 수출위축 우려가 커지면 우리 기업들도 예정된 설비투자를 미루거나 철회할 것"이라며 "수출과 투자의 감소폭이 커지면서 연간 성장률이 1%를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추가 경기부양책 준비되나

기업투자심리와 소비심리는 악화일로다. 한은의 '7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지난달 전산업 업황 BSI는 한달 전보다 1포인트 내린 73이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본격화되기 전 조사자료여서 추가 악화가능성이 높다.
한은의 '7월 소비자동향조사'에서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 대비 1.6포인트 하락한 95.9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이후 8개월 만에 최저치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본의 수출규제는 우리 주력 산업에 피해를 줘서 우리 경제를 내려앉히자는 기류가 역력하다"며 "수출규제가 본격화된 만큼 정부는 기존의 대응 방식에서 벗어나 평화적 해결 모색 또는 일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강경책 등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경기부양책 등을 포함한) 2단계 대응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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