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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 몰린 강동도 전셋값 강세… 갭투자 다시 고개드나[fn선임기자의 경제노트]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04 16:54

수정 2019.08.04 16:56

김관웅 부동산선임기자 
매매 이어 전세시장도 이상징후
서울 전세매물 '실종'..강남은 물론 강북도 매물 품귀..어쩌다 나와도 최고가에 거래
1주택자 비과세 요건 강화되며 직접 거주하는 사례 늘어난 탓
집값 결국 고삐 풀리나
전세-매매가격 격차 줄어들면 발묶였던 갭투자 등장할 가능성
집 사들이는 현금부자와 함께 잠잠하던 주택시장 자극할 수도
김관웅 부동산선임기자
김관웅 부동산선임기자

"역삼동 일대 아파트에서 전세매물이 단 한개도 없어요. 역삼아이파크, 팬타빌 역삼푸르지오 등 이 일대 다 둘러보세요. 방학 이사철이기는 하지만 희한한 일이네요." (서울 강남구 역삼동 A중개업소 관계자)

"7월부터 명일동을 시작으로 강동구 일대에서 대거 입주가 진행되는데 전셋값이 오히려 강세예요. 전세 매물이 나오면 바로 거래가 일어나는 편이고 단지 규모에 비해 매물도 없는 편입니다. 입주장을 기대하고 있는데 장이 전혀 안서네요." (서울 강동구 고덕동 일대 B중개업소 관계자)
입주 몰린 강동도 전셋값 강세… 갭투자 다시 고개드나[fn선임기자의 경제노트]
입주 몰린 강동도 전셋값 강세… 갭투자 다시 고개드나[fn선임기자의 경제노트]


최근 서울 강남을 비롯한 아파트 전세시장이 심상찮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권과 주요지역은 전세매물이 아예 자취를 감춘 상태이며 입주물량이 대거 몰려 있는 강동 지역에서도 전셋값이 의외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은 올 초까지만 해도 송파구 헬리오시티가 입주를 진행하면서 인근 전세가격이 크게 떨어져 하향 안정세를 보였지만 최근 들어 전셋값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업계에서는 자칫 이 같은 전세가격 강세가 지속될 경우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차이가 좁혀지면서 이른바 '갭투자족'이 다시 등장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정부의 강력한 대출규제와 전세가격 약세로 인해 집값 상승이 멈췄지만 수개월 전부터 현금부자들의 서울 주요지역 아파트단지 매수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갭투자족까지 가세할 경우 하반기 주택시장을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강북지역도 전세매물 씨말라

4일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서울 주요지역 아파트 전세시장에서 이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며칠 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는 역삼현대아이파크 전세물건을 놓고 서로 가져가겠다며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전세매물이 워낙 귀한 상태에서 매물이 하나 나오자 계약을 원하는 수요자 5개 팀이 경쟁을 벌인 것이다. 이 아파트는 결국 전세 거래가격 최고가를 경신했다.

업계 관계자는 "역삼현대아이파크, 래미안팬타빌, 역삼푸르지오, 역삼래미안, 개나리SK뷰5차, 역삼자이 등 이들 단지에서 현재 거래할 수 있는 전세매물이 단 한개도 없다"고 말했다. 이 일대는 역삼아이파크(541가구), 래미안팬타빌(288가구), 역삼푸르지오(438가구), 역삼래미안(1050가구), 개나리SK뷰5차(240가구), 역삼자이(408가구) 등 3000가구에 달하는 아파트가 몰려 있음에도 전세 매물이 단 한건도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세계약 만기가 돼 전셋값이 올라도 그냥 올려주고 재계약을 하는 사람이 많아 매물도 잘 안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근에 자사고·특목고 폐지 논란이 일면서 강남에서 전셋집 구하기가 더 힘든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강남권 전세 아파트 품귀현상은 신규 단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강남권에서는 개포지구에서 8월부터 입주를 진행하는 디에이치아너힐스(1320가구)가 신규 아파트로는 유일하다. 그러나 이 단지도 매물이 많지 않다. 현재 전용면적 84㎡가 20여개 정도이고 76㎡는 서너개 정도다. 94㎡이상 중대형은 아예 없다. 이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가 생각보다 너무 빨리 소진되고 있다"며 "역삼동과 논현동 등에서 전셋집을 구하다 밀려오는 사람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북지역도 전셋값이 꿈틀대고 있다. 오는 9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서울 은평구 응암동 백련산 SK뷰아이파크는 전세매물이 갑자기 싹 빠졌다. 이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 20일부터 사흘간 입주예정자 사전점검 절차를 앞두고 좋은 물건이 순식간에 거래되더니 이제 남은 매물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1305가구에 달하는 이 단지에서 전용면적 59㎡는 전세매물이 채 5개도 안되며 84㎡는 저층 일부를 빼고는 없다.

이 관계자는 "바로 옆에서 지난 2월 입주한 백련산파크자이도 매물이 달랑 한개밖에 없다"며 "그것도 집주인이 갑자기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이 생겨 전세매물로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도심 쪽으로 내려오면 전세매물은 더 귀하다. 성동구 왕십리 센트라스와 텐즈힐은 전용면적 59㎡ 아파트 전세물건은 아예 없다. 전용면적 84㎡도 나오기가 무섭게 바로바로 거래가 이뤄진다고 한다. 텐즈힐은 1단지(1702가구), 2단지(1148가구) 합쳐 2850가구에 달하며 센트라스도 2789가구의 대규모 단지다.

■입주 몰린 강동도 전세 강세 기현상

이번 전세시장의 움직임이 특이한 점은 신규 입주가 계속 이어지는 강동지역에서도 전셋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달부터 입주를 시작한 강동구 명일동 래미안 명일역솔베뉴는 새로 입주하는 곳이고 주변에서 입주물량이 계속 대기하고 있음에도 전세가율이 50%를 웃돌고 있다. 총 1900가구에 달하는 이 단지는 전용면적 49㎡가 3억7000만~4억원, 59㎡가 4억~5억원 수준을 보이고 있다. 또 78㎡가 5억2000만~5억8000만원, 84㎡가 6억~6억5000만원 수준이다. 전세매물이 많지 않다 보니 전세가격이 매매가 대비 50%를 넘어선 지 오래다.

오는 9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고덕 그라시움도 전세가격이 낮지 않다. 고덕그라시움은 무려 4932가구의 매머드급 단지임에도 전용면적 59㎡가 4억~5억원 수준, 73㎡가 4억8000만~5억3000만원, 84㎡가 5억~6억원 수준이다.

이에 대해 고덕 그라시움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1주택자 비과세 요건이 2년 거주로 바뀌면서 조합원들이 전세매물을 내놓지 않고 직접 거주하려는 사례가 많아서 그렇다"며"예전 같으면 전세 수요자가 찾아오면 신규 입주단지부터 소개하고 바로 계약이 성사되곤 했는데 지금은 전셋값도 주변에 비해 낮지 않고 매물도 훨씬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지난 2017년 8·2 부동산대책을 통해 1주택자의 비과세 요건에 2년 거주를 의무화하면서 조합원들이 이를 충족하기 위해 실제 거주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전세매물이 줄고 전세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올 초 송파구에서 1만가구에 가까운 매머드 단지인 헬리오시티가 입주를 했지만 전셋값이 잠시 떨어지고 매매가가 일시적으로 약세를 보인 후 다시 급등한 것도 이 때문이다. 헬리오시티는 올 초 입주 초기에 전용면적 84㎡의 전셋값이 7억원 이하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입주 중반인 3월부터는 다시 8억원 이상으로 금세 회복했다. 주변 전셋값도 마찬가지 흐름을 보였다. 업계에서 헬리오시티 입주를 앞두고 입주대란으로 역전세난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했지만 커다란 충격이 없이 지나간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년 초까지 강동구 일대에서 1만5000가구에 달하는 신규 아파트가 입주하지만 전세가격 폭락이나 역전세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작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인접한 미사강변도시에서도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미사강변도시의 전셋값은 전용면적 84㎡가 4억~4억5000만원 정도를 형성하고 있다. 올 초 신안인스빌과 제일풍경채 입주가 한꺼번에 진행되면서 일시적으로 약세를 보였지만 입주가 마무리되면서 다시 예전가격을 회복했다. 지금은 주상복합단지인 미사강변호반써밋플레이스가 입주를 진행하고 있지만 전세시장에는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미사강변도시 미사강변센트럴자이 인근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미사강변도시 전셋값은 고덕지구보다는 신도시 내에서 입주하는 단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고덕지구에서 계속 입주가 이어지지만 전세가격이 미사강변도시보다 훨씬 높아 경쟁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금부자 움직이는데…

문제는 이처럼 서울지역 전세시장이 계속 꿈틀대고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어 향후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잇단 부동산대책을 내놓고 유주택자의 대출을 거의 막아놓으면서 갭투자자가 발이 묶였지만 전셋값이 뛰면 다시 이들 자금이 유입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서울과 주변 전세시장은 신규단지 입주가 이어지고 이로 인해 전세가격이 안정되자 매매시장도 약보합세를 보였었다.
그러나 지금은 일부 현금부자들이 서울 주요지역 매수에 본격 나선 상황이고 지방 재력가들도 속속 가세하면서 매매시장도 서서히 뜨거워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세시장마저 흔들린다면 한동안 하향 안정세를 보이던 주택시장의 뇌관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 집값이 현금부자와 지방 재력가들의 투자로 서서히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전세시장마저 불안해지면 주택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며 "문제는 정부의 대출규제에도 매매가격이 뛰고 서울 주요지역에서 신규 입주가 계속 이어지는데도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부동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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