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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노딜 공포’… 파운드 ‘최저’ 추락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30 17:59

수정 2019.07.30 17:59

1.3% ↓ 파운드당 1.2230 달러.."마감시한 탈퇴" 선언 후 1.8% 뚝
가능성 ‘100만분의 1’ 강조 불구..‘전시내각’ 부채질 하강 지속될듯
英 재계 ‘최악 시나리오’ 현실로
브렉시트 ‘노딜 공포’… 파운드 ‘최저’ 추락
영국이 유럽연합(EU)과 아무런 협정도 맺지 못하고 탈퇴하는 이른바 노딜 브렉시트 공포가 파운드를 2년만에 최저치로 끌어내렸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가능성이 '100만분의 1'이라며 시장안정에 나섰지만 강경 내각의 엇갈린 행보와 발언의 진정성에 대한 시장 의구심으로 파운드는 추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취임 일성으로 무조건 마감시한에는 탈퇴한다는 존슨의 발언이 결국 영국 재계가 그토록 피하려고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현실로 만들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파운드, 브렉시트 공식화 이후 최저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파운드는 이날 미국 달러에 대해 최대 1.3% 추락한 파운드당 1.2230달러까지 떨어져 2017년 3월 중순 이후 2년여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9개월이 지난 2017년 3월 리스본조약 50조 발동으로 공식적인 브렉시트를 시작한 이후 최저치다. 파운드는 존슨의 총리 지명이 거의 확실해진 이달 들어 달러에 대해 3.4% 추락했고, 24일 존슨이 관저 앞 취임 성명에서 "만약 또는 그러나 없이" 10월 31일 마감시한에 EU를 탈퇴한다고 밝힌 이후 1.8% 하락했다.


파운드는 지난 한달, 석달, 반년간 주요 통화 가운데 달러에 대해 가장 큰 폭으로 추락한 통화라는 기록도 세웠다. 존슨 총리가 파운드 추락 뒤 노딜 브렉시트는 정부가 가정하는 상황이 "결코 아니다"라면서 확률이 '100만분의1'이라고 강조했지만 시장은 이 말을 신뢰하지 않았다. 존슨의 말과 달리 강경 내각의 노딜 브렉시트 대비와 총리실의 EU 협상 강경자세는 파운드 하락압력을 누그러뜨리는데 도움이 되지 못했다. ING은행은 "새 정부의 하드 브렉시트 관련 발언들이 강화되고, 조기 총선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어 파운드는 앞으로도 (하강)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딜 전시내각 공포 부채질

존슨 내각과 총리실은 이날 시장의 노딜 브렉시트 공포를 부채질했다. 노딜 브렉시트와 관련한 정부 대책을 총괄하는 마이클 고브 내각부 장관은 합의없이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가 이제 정부의 실행 가능한 가정이 됐다고 선언했다.

말로만 끝나지 않았다. 이날 처음으로 노딜 브렉시트 상황을 대비해 고위 장관들로 구성된 노딜 브렉시트 '전시 내각'이 첫 회동을 가졌다. 또 사지드 자비드 재무장관은 이번주 추가 재정지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도미닉 라브 외교장관은 위성TV 스카이와 인터뷰에서 EU가 최근 EU가 '완고하고 비협조적'이라면서 EU 관리들이 브렉시트 협상에서 "꽤나 완고하다"고 비난했다. 새 내각이 원하는 양보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라브는 초강경 브렉시트파 가운데 한 명으로 의회가 노딜 브렉시트를 거부하면 그 권한을 정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물이다.

총리실도 존슨의 말과는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총리실은 EU가 협상재개가 가능하다고 한 발 물러서고, 아일랜드 국경장벽을 세우지 않도록 하는 이른바 '아일랜드 백스톱' 조항도 물려야 한다는 존슨 총리의 사전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총리가 EU 지도자들을 만나지 않을 것으로 밝혔다.

총리 대변인은 존슨이 그저 가만히 앉아서 "EU가 브렉시트 합의는 조정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이는 존슨이 지금까지 EU 정상들과 전화통화에서 일관되게 전달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존슨은 총리 취임 뒤 아직 레오 바라드카 아일랜드 총리와 전화통화도 하지 않았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통리의 초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중간에 만나지 않는 한 존슨은 다음달 24~26일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리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독일, 프랑스 정상과 첫 대면하게 된다.


한편 이날 스코틀랜드를 방문한 존슨은 EU와 합의에 도달하고, 협상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지만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제1장관은 그의 말을 일축하고, 존슨은 실제로 '극도로 위험한' 노딜 브렉시트를 "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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