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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또 "WTO 개도국 특혜 중단"..정부, 美 압박 "예의 주시"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28 15:42

수정 2019.07.28 16:35

트럼프, USTR에 "모든 수단 강구" 지시..중국 등 겨냥, 90일이내 제도개혁 WTO 압박
한국도 개도국 지위 잃으면 농업분야 직접 타격..전문가 "韓, 개도국 유지 가능성 낮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미국과 과테말라가 망명 신청을 제한하는 협정 체결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미국과 과테말라가 망명 신청을 제한하는 협정 체결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부 국가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로 부당한 특혜를 받고 있다며 WTO를 재차 압박 함에 따라 우리나라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분쟁 중인 중국을 겨냥한 압박 발언으로 해석되지만 논쟁이 가열되면 WTO 개도국 지위에 있는 우리나라도 직접적인 영향권에 든다. 일본의 대(對)한국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 우대국) 제외 방침'에 따른 한·일간 수출규제 분쟁 와중에 미국이 시한(90일)을 정해놓고 'WTO 개도국 특혜 중단' 압박하면서 우리의 통상 악재가 겹치고 있다.

■트럼프 "WTO 개도국특혜 중단"..90일내 공론화 압박
28일(이하 현지시간) 정부 및 미국언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WTO의 개도국 지위로 부당한 특혜를 받는다면서 개도국 지정 방식을 바꿀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WTO가 90일 이내에 제도 개혁에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하면 이들 국가에 대한 개도국 대우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겠다고 압박했다. 각국이 스스로 개도국 지위를 부여하지 못하도록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을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도 지시했다. 시한을 '90일 이내'로 못박으면서 압박 강도를 높인 것이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보호무역'을 내세우며 WTO 탈퇴를 공언하고 있다. 사실상 다자무역기구로서 제 기능을 하고 있는 WTO를 겨냥해 중국의 개도국 특혜, 불투명한 보조금, 분쟁해결기구 등에 시비를 걸면서 개혁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특히 중국을 대표적인 '개도국 부당 특혜국'으로 지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중국의 개도국 지위 주장을 결코 수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나라도 중국, 멕시코, 터키 등과 함께 거론됐다.

WTO의 개도국 특혜 이슈는 수차례 제기된 '뜨거운 감자'다. WTO 도하개발어젠다(DDA) 출범 때부터 여러차례 논쟁은 됐으나 개도국들의 반발로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WTO는 개도국에 대한 '특별대우'를 하고 있는데, 이 규정을 개정하려면 164개 회원국 모두가 동의해야 한다. WTO 협정에서 개도국 우대를 규정하고 있는 조항은 150여개에 달한다. 현재는 개도국이라는 점을 각 국가가 선언하면 분류되는 '자기선언' 방식이다. 미국이 문제를 제기한 것도 이 대목이다. 그러나 개도국 지위에 있는 거대경제국 중국, 인도 등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우리 '농업분야 특혜' 직격탄..관세·보조금 장벽 낮춰야
1995년 WTO에 가입한 우리나라도 미국이 제기한 '개도국 특혜' 문제에 직접 영향권에 포함된다. 우리나라는 G20 가입국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1996년 가입)이다. 세계은행이 분류한 고소득국가(1인당 국민총소득 최소 1만2056달러, 2017년 기준)이자 세계 무역량에서 0.5%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에도 모두 해당된다. 이같은 '미국 기준'을 적용하면 개도국으로 간주되던 35개 국가가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을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는 농업 분야에서 영향이 불가피하다. 현재 농업 분야에서만 WTO 개도국 지위로 고율의 관세 및 농업보조금, 특별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등이 가능하다. 반면 공산품 시장에선 개도국 우대 축소와 개방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가 농업 분야에서도 개도국 지위를 잃게 되면, 쌀 변동직불금 등 1조4900억원(최대 상한선) 규모의 농업 보조금과 수입 관세 장벽을 크게 낮춰야 한다. 선진국의 경우 농업보조금 상한액이 8195억원이다.

또 쌀을 포함해 고추·마늘·양파·감귤·인삼·감자 등 민감한 농산물에 대한 관세장벽도 크게 낮춰야 한다. 쌀 등 16개 특별품목의 경우, 우리는 개도국 지위에서 현행 고율 관세(쌀 관세 513%)를 2015년부터 적용하고 있다. 만에 하나 개도국 지위를 받지 못하면 쌀 관세는 '선진국 민감품목'일 경우 393%, '선진국 일반품목'일 경우 154%로 크게 낮아진다.

■정부 "美조치 모니터링"..전문가 "논의땐 개도국 지위 잃을 가능성"
정부도 향후 미국 당국 조치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에 중국, 인도 등 개도국 지위에 있는 국가들의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미국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미국이 WTO 자체를 부정하며, 교역국간 양자 협상에서 압박해올 가능성이 있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실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WTO 개도국 지위에 관한 논의 동향과 정책 시사점' 보고서(5월)에서 "WTO에서 개도국지위 문제가 논의될 경우 우리나라의 개도국 지위 유지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판단된다. 선진국 의무 이행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연착륙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미국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요구하고 조치를 취할 것인지 지켜보고 있다. WTO 규범에 따른 이슈와 함께 농림축산식품부와 협업해 정부는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지난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현재 적용되는 농산물 관세나 보조금은 차기 농업협상 타결 때까지 그대로 유지된다"고 밝혔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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