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톡]

'정경분리' 고무줄 잣대 재는 中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26 17:44 수정 : 2019.07.26 17:44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기반한 교역질서에 대한 검증은 '현재 진행형'이다. 시장실패에 따른 국가의 개입 수위를 놓고 벌이는 논쟁은 한 국가 내 문제다. 글로벌 시대에 불거진 새로운 논쟁은 '정치와 경제 분리' 여부다. 국가 간 정치적 이슈에 이끌려 기존 교역질서를 깨고 경제적 보복을 가하는 트렌드가 심화되고 있다.
정치와 경제 양면에서 자원이 많은 강대국들의 횡포가 글로벌 교역질서를 혼돈에 빠트리고 있다.

더 강한 국가엔 정경분리 접근을 요구하면서 상대적으로 약한 국가에는 정치적 이슈에 경제문제를 갖다 붙이는 아전인수식 외교가 지탄을 받고 있다.

오는 31일로 예고된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이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것을 두고 중국의 협상 접근법에 변화가 감지된다.

주요 매체들은 이번 협상이 중국의 정치수도인 베이징이 아니라 국제금융 중심지인 상하이에서 열리는 배경에 관심을 쏟고 있다. 무역과 정치를 별개로 떼어내 협상 분위기를 이끌어가려는 중국의 의도가 반영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미국이 중국의 글로벌 패권을 향한 야심을 짓누르기 위해 무역전쟁을 빌미로 중국에 딴지를 걸고 있다는 배경이 깔려 있다. 따라서 중국이 미국의 농산물 구매 확대 등 경제적 이득 면에서 줄 것은 주되 중국의 국가 정체성과 패권 행보에는 선을 긋겠다는 협상전략이 깔렸다는 것이다.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26일 논평에서 미·중 무역협상 전망에 대해 "최근 미국 정치권에서는 중국을 개조하겠다는 충동이 강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들은 중국의 국가노선을 강제로 변화시키려 하고, 중국의 돌파구를 깨뜨리려 한다"고 비판한 점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이는 중국이 한국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라는 정치외교적 배경을 이유로 민간기업들을 겨냥한 경제보복 행위를 자행한 행보와 대조되는 대목이다.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자고 주장하면서도 자국의 이익을 위해 상황에 따라선 완전히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식이다.

일본의 한국 반도체산업을 겨냥한 규제행위도 여러 이유에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선 일본의 보복행위가 결과적으로 일본 도시바와 파나소닉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치적 문제 해결을 위해 동원한 섣부른 선택이 결과적으로 소탐대실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일본의 이런 보복행위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체인에 위협을 가할 것이란 점도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적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아시아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가 "반도체산업에 정치논리를 들이대는 것은 멍청한 짓"이라며 일본에 직격탄을 날렸다고 보도했다.

숀 로치 S&P 아시아·태평양 수석이코노미스트는 "IT산업에 경제논리가 아니라 정치논리를 적용하면 IT생태계가 파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5년 전만 해도 반도체산업에 정치논리를 들이대는 경우는 없었다"며 우회적으로 일본의 한국에 대한 보복행위를 비판했다.

그러나 더 지탄의 대상이 되는 건 역시 합리적 설명력이 떨어지는 경제보복 카드 활용이다. 일본의 이런 행위는 중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위선적이라는 지탄을 받는다. 중국이야 어차피 사회주의 체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니 자기합리화를 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시장체제에 기반한 교역질서로 경제 최강국 반열까지 올랐던 일본이 정치적 문제에 몽니를 부리면서 경제보복 카드를 끌어들인 점을 두고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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