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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워치] 금리 내려도 年10% 비우량 기업의 눈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24 17:52

수정 2019.07.24 17:52

자금조달 위해 발행한 고금리 영구채 결국 '족쇄'
은행대출도 깐깐…금리 얹어서라도 빌리는 신세
[마켓워치] 금리 내려도 年10% 비우량 기업의 눈물
초저금리 시대를 맞았으나 신용도가 낮은 일부 기업들은 여전히 10%에 육박하는 고금리에 허덕이고 있다. 재무제표 관리를 위해 발행한 영구채가 고금리 부메랑이 됐다는 지적이다.

■영구채의 유혹, 고금리의 덫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이 지난 2012년 발행한 영구채의 표면이율(쿠폰금리)은 연 9.856%까지 치솟았다. 발행 당시 쿠폰금리는 연 7.05%였으나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은 탓에 2%포인트 넘는 가산금리가 더해졌다. 통상 영구채는 발행 5년 뒤 상환되지 않으면 금리가 가산되는 '스텝업(Step-UP)' 조항이 붙어 사실상 5년물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상선은 경영정상화 과정을 밟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3월 발행한 영구채(200억원)의 쿠폰금리도 연 8.5%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은 BBB-로 하향검토 대상에 오를 만큼 상황이 좋지 못하다. 지난 3월 22일 감사의견 '한정'을 받은 영향이 컸다. 아시아나항공의 일반 사모채 쿠폰금리도 5.8~6.10% 수준이다. 이들 해운사와 항공사들은 '엎친 데 덮친'격으로 새 국제회계기준(IFRS16)이라는 부담까지 커졌다. 올해부터 새 운용리스 회계기준이 적용되면서 운용리스가 부채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콜옵션을 내건 영구채는 그나마 다행이다. 한국전력은 콜옵션을 내걸지 않은 회사채로 100년간 고금리에 허덕일 처지다. 일명 '백년채'가 족쇄가 됐다. 한국전력은 지난 1996년 발전소 건설 등을 목적으로 2억달러 규모의 만기 100년인 회사채를 발행했다. 국내 채권시장이 발달하지 않았기에 해외에서 발행했고, 미국의 자산가와 금융사들이 투자했다. 당시 연 8.37% 쿠폰금리로 발행, 한국전력은 매년 약 1674만달러의 이자를 채권자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신용등급 하향에 깐깐해진 은행

금리가 낮아졌다고 하지만 비우량 기업들에는 '남의 일'일 뿐이다. 경제성장률이 하향조정되고,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하향세로 전환하면서 은행의 기업대출 심사가 이전보다 까다로워지고 있다. 이들 기업은 고금리라도 은행대출이 '감지덕지'라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우리은행, KDB산업은행은 두산건설에 연 7~8%의 대출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두산건설의 신용등급(BB-)을 감안할 때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BBB0) 역시 일부 외화차입금에 대해 국내외 금융기관으로부터 연 10~11%의 금리를 적용받는다.

자동차 업황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동차부품사들도 고금리에 속이 타들어간다. 화신의 해외법인은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 등으로부터 연 9~10%의 대출금리를 적용받고 있다. 부산주공 역시 은행대출금리가 연 4~6%로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은 은행 대출의 외면으로 자본시장에서의 조달로 선회해왔지만 채권시장 조달 역시 험로가 예상된다. 절대금리가 낮아진 까닭에 기관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예전 같지 않아서다.
퇴로가 막힌 기업들이 사모채 시장에서 금리를 더 얹고서라도 조달을 진행해 고금리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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