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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아베의 '전략게임'과 文대통령의 출구찾기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26 15:39

수정 2019.07.26 15:39

Japan's Prime Minister Shinzo Abe arrives at his official residence after an earthquake, in Tokyo, Japan June 18, 2019, in this photo taken by Kyodo. Mandatory credit Kyodo/via REUTERS ATTENTION EDITORS - THIS IMAGE WAS PROVIDED BY A THIRD PARTY. MANDATORY CREDIT. JAPAN OUT. NO COMMERCIAL OR EDITORI
Japan's Prime Minister Shinzo Abe arrives at his official residence after an earthquake, in Tokyo, Japan June 18, 2019, in this photo taken by Kyodo. Mandatory credit Kyodo/via REUTERS ATTENTION EDITORS - THIS IMAGE WAS PROVIDED BY A THIRD PARTY. MANDATORY CREDIT. JAPAN OUT. NO COMMERCIAL OR EDITORIAL SALES IN JAPAN. THIS IMAGE WAS PROCESSED BY REUTERS TO ENHANCE QUALITY, AN UNPROCESSED VERSION HAS BEEN PROVIDED SEPARATELY. /REUTERS/뉴스1
【도쿄=조은효 특파원】 "아베신조 일본 총리는 단순한 보복이 아닌, 전략전쟁·역사전쟁을 벌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초대 국가안보실 2차장을 지낸 김기정 연세대 교수는 최근 도쿄를 방문,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경제마찰, 외교갈등을 넘어 동북아 지역질서 판 위에서 벌어지는 전략경쟁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의 이런 생각은 23일(현지시간)미국 외교.안보 매체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한국에 대한 아베 신조의 불공정 무역 전쟁(Shinzo Abe's Underhanded Trade War Against South Korea)라는 제목으로 게재되기도 했다.

아베 총리가 벌이는 전략전쟁의 핵심은 한국을 동맹이 될 수 없는 서쪽(중국)으로 밀쳐보냄으로써, 미국과의 연계를 약화시키고,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한말처럼, 한국을 고립무원의 상태로 몰아세우고 있다는 해석이다.

지난 23일 중·러 군용기가 한반도 하늘을 휘젓고 다닌 사건은 일본이 놓은 판 위에 중·러가 가세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으로선 미국의 방기 속에 고립무원, 수세에 몰린 상황.

지난해 10월엔 한 가지 비교적 조용히 뭍힌 사건이 있었다. 유럽을 상대로 한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정착 프로세스를 아베 총리가 훼방을 놓았던 일이 뒤늦게 드러난 바 있다. 프랑스를 국빈방문한 문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대북제재 완화'를 요청하자, 마크롱 대통령이 면전에서 거절했던 일이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마크롱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만찬을 길게 잡으며, 문 대통령의 설명에 경청했다"고 진화에 나섰으나, 바로 이틀 뒤 엘리제궁을 방문한 아베 총리에게 마크롱 대통령이 "대북 제재 결의안의 이행이 중요하다"는 당초 입장을 강조하면서 한국을 뼈아프게 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일본이 한국에 앞서 먼저 프랑스에 손을 썼고, 이를 알게 된 문 대통령이 대노했다"고 전했다.

이 사건은 한국에 유럽외교의 높은 문턱을 실감케했을 뿐만 아니라, 일본 외교가 한국보다 빨랐고, 행동반경도 넓다는 점을 각인시켰다. 실제 아베 총리의 해외 순방은 잦은 편이다. 지난 1월 중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총리관저의 아베 총리 일정공개를 토대로, 일본 국회 회기 중 해외 방문 기간을 집계한 바 있다. 아베 정권 2기 출범 후인 지난 2013년~2018년간 국회 회기 중 해외 방문일은 연평균 27.5일(회기 일수의 12.5%)로, 국회 회기 외 기간까지 합산하면 1년에 한 달은 해외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20년간 일본 총리의 평균 해외 방문일(24.3일)보다도 많았고, 민주당 정권보다도 7일이나 길었다. 2기 내각 출범 이후(2012년 12월) 5년간 방문한 나라는 70개국에 달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2012년 11월 취임)이 거의 같은 시기 50개국을 방문했던 것과도 비교된다.

'그래서' 일본 외교에서 어떤 성과를 냈느냐에 대한 답변은 아직 궁색한 편이나, 분명한 건 보통국가 전환을 위해 분주하게 외교의 저변을 강화해왔다는 점이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선거공약으로 한국, 중국 등 주변국들의 과거사 문제제기에 대해 '단호히 반론을 제기할 것'이라고 내걸었던 것도 최근 감지되고 있는 변화라면 변화다.

아베 총리는 전국 각지를 도는 유세 일정에도 지난 16일 오전 총리관저로 가나스기 겐지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오카노 마사타카 국제법 국장을 불러, 징용공 문제에 관한 보고를 직접 받았다. 일본 외무성 내에선 '한국에 대한 일본의 현재 스탠스가 3년은 갈 것'이란 얘기가 공공연하게 돈다. 바꾸어 말하면, 문재인 정권과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강경기류이자,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 재임 중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 점에 대해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는 최근 마이니치신문 계열 주간지인 선데이 마이니치와의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가 올해 1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중국, 러시아,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거론하면서도 한국에 대해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것은 한국을 상대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였다면서도, 그러나 "(오사카)주요20개국(G20)직후 그 무시했던 문 대통령이 역사적인 북미 판문점 회담을 중재했다. G20 성과도, 아베 의장으로서 모습도 모두 날아가버렸다. 아베 총리 충격은 컸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일에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요구하면서, 동맹 테스트를 벌이고 있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답변이 갈리게 될 경우 새로운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북일 대화 주선을 지렛대로 삼는 것 역시, 지금 국면에서 벗어날 출구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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