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英 새 총리 존슨,'노딜 브렉시트' 강행할까.. 유럽 불안 증폭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23 17:51

수정 2019.07.23 17:51

24일 임명장 받고 ‘대국민 성명’
합의없이 탈퇴할땐 ‘분열’ 불가피 보수당내 반대파들 ‘불신임 투표’
야당과 연합도 불사 저지 나설듯 EU도 혼란 속 일단 협상에 나서
‘자신만만’ 새 총리 존슨영국 집권 보수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이 22일(현지시간) 수도 런던 웨스트민스터 지구의 사무실에 들어가면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영국의 합의 없는 유럽연합(EU) 탈퇴(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은 그가 23일 경선 결과 발표에서 새 총리로 뽑힐 경우 수직 상승할 전망이다. AP뉴시스
‘자신만만’ 새 총리 존슨영국 집권 보수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이 22일(현지시간) 수도 런던 웨스트민스터 지구의 사무실에 들어가면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영국의 합의 없는 유럽연합(EU) 탈퇴(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은 그가 23일 경선 결과 발표에서 새 총리로 뽑힐 경우 수직 상승할 전망이다. AP뉴시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마무리 지을 새총리 발표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유력 후보인 보리스 존슨에 대한 우려가 영국 안팎에서 증폭되고 있다. 집권 보수당 내 반대파들은 존슨이 합의 없는 브렉시트(노딜 브렉시트)를 밀어붙일 경우 불신임 투표를 제기하거나 야당과 연합할 예정이며 EU 역시 어떻게 해서든 노딜은 피하자는 분위기다.
보수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약 16만명의 당원들을 대상으로 당 대표 경선 투표를 마감하고 한국시간으로 23일 오후 투표 결과를 발표한다. 신임 총리는 24일 영국 왕실에게 임명장을 받고 총리 관저에 입성해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게 된다.

■노딜이면 분열 불가피

의원내각제인 영국에서는 다수당 대표가 총리직을 맡는다. 현지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지난 1~5일 사이 보수당원 1119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4%가 존슨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투표 마감 당일에도 신문 기고를 통해 10월 31일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EU를 탈퇴한다고 강조했다. 존슨은 일단 그때까지 EU와 새로운 협상이 가능하다고 말하긴 했지만 이전부터 노딜 브렉시트를 감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만큼 남은 약 90일 동안 얼마나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설 지 알 수 없다.

그동안 노딜 브렉시트를 피하기 위해 노력했던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각료들은 존슨의 당선이 확실시 되자 줄줄이 사표를 던졌다. 앨런 던컨 외무차관은 23일 사직서를 제출하고 "존슨이 브렉시트를 직감으로 조종하는 상황이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마고 제임스 문화차관 역시 지난 18일 노딜 브렉시트에 반대하며 사표를 냈고 필립 해먼드 재무장관과 데이비드 고크 법무장관 역시 존슨이 취임하기 전에 사임할 예정이다.

영국 가디언지는 22일 보도에서 보수당 내 노딜 브렉시트 반대파가 존슨의 첫 연설과 장관 인선을 주목하고 있다며 만약 그가 만족스러운 해법을 내지 못할 경우 야당과 연합해 존슨을 저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익명의 전직 장관은 보수당 하원 의원들 가운데 반(反)존슨 세력이 최소 42명이라며 이들이 노딜 브렉시트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거나 존슨에 대한 불신임투표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같은날 중도 우파인 영국 자유민주당 및 스코틀랜드국민당 의원들은 존슨이 노딜 브렉시트를 밀어붙일 목적으로 의회를 정지시키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 영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겠다고 선언했다.

■유럽도 당혹, 일단 협상 손내밀어

그간 존슨의 돌발적인 행동을 지켜봤던 EU 관계자들은 그의 총리 취임을 앞두고 혼란에 빠져있다. 장 아셀보른 룩셈부르크 외무장관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나는 이제 그가 뭘 할지 모르겠다. 그는 타고난 배우다. 하지만 브렉시트는 연극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에드가르스 린케비치스 라트비아 외무장관은 "존슨이 매우 매력적이고 꾀많은 사람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며 그가 벼랑 끝 전술로 EU에게 양보를 얻어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예측은 이미 조금씩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영국과 직접 국경을 맞대고 있는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의 사이먼 코베니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21일 더타임스에 낸 기고문에서 영국과 타협할 용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국이 아무 합의 없이 EU를 떠나게 된다면 우리 모두 큰 피해를 받을 것이다. (영국령)북아일랜드 경제도 마찬가지다"고 설명했다. 아일랜드 외에도 영국 주재 벨기에 및 네덜란드 대사는 이달 존슨측 인사들과 만나 차기 영국 정부와 EU 간의 새로운 브렉시트 합의 방안을 논의했다. 이달 차기 EU 집행위원장으로 지목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도 지난 10일 청문회에서 영국이 타당한 이유를 제시한다면 브렉시트 기한을 추가로 연기해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EU는 존슨이 폐기를 요구한 북아일랜드 '안전장치' 조항에 대해서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안전장치는 브렉시트 이후 EU와 국경을 접한 북아일랜드 지역을 추가 경제협정이 마련될 때 까지 EU의 관세 동맹에 잔류시키는 조항인데 존슨측은 이를 주권 침해라고 보고 있다.
22일 더타임스는 관계자를 인용해 EU가 노딜 브렉시트 확정시 아일랜드의 경제적 혼란을 막기 위해 대규모 지원책을 마련 중이라고 보도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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