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마켓워치] "한국서는 돈못벌어" 도이치證도 떠난다

김경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22 17:49

수정 2019.07.22 17:49

본사 도이치은행 구조조정 일환, 한국법인 주식사업 폐지 결정
외국계 '엑소더스' 재점화 우려
[마켓워치]
[마켓워치]
독일계 도이치증권이 한국 주식시장에서 손을 털고 떠난다. 한국시장의 매력이 사라진 데다 글로벌 구조조정 차원에서 철수키로 결정한 것이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도이치증권 한국법인은 24일 주주총회를 열어 주식사업부문을 폐지키로 했다. 도이치증권 측은 "도이치은행그룹의 글로벌 주식사업부문 폐지에 따라 관련 사업을 접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증시에서 더 이상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점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도이치증권 한국법인은 IB와 채권·외환·원자재(FICC) 사업만 남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도이치은행 본사는 이달 초 수익성 개선을 위한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글로벌 주식사업을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오는 2022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1만8000여개의 일자리를 줄이는 동시에 74억유로의 비용을 들여 구조조정을 추진한다는 것이 골자다. 글로벌 본사의 구조조정으로 한국을 비롯, 아시아 지역 법인을 대상으로 주식사업 철수가 잇따를 전망이다.

IB업계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7월부터 도이치 본사의 방침에 따라 아시아 주식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진행됐고 한국법인에서도 이미 리서치와 해외세일즈, 트레이더, 딜러 등 주식부문 직원들이 옷을 벗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1월 시행된 소프트달러 규제로 애널리스트 등 리서치 비용을 IB가 자체 부담하고, 수수료도 대폭 낮아짐에 따라 주식사업이 IB 측면에서 매력을 잃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주요 외국계 IB들이 한국시장을 아시아 최대의 격전지로 보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으나 지금은 '격세지감'이라고 할 만큼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몇 년 새 주요 외국계 금융사들이 줄줄이 한국시장에서 짐을 쌌다. 2012년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이 철수했고, 피델리티자산운용도 13년 만에 한국에서 운용사업을 접었다. JP모간자산운용도 국내 자산운용시장 진출 11년 만인 2017년 한국을 떠났다. UBS는 2017년 초 하나UBS자산운용 지분(51%)과 경영권을 하나금융투자에 넘겼다.

또 영국계 RBS(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증권은 2015년 한국시장에서 철수했고, 1977년 한국서 은행 영업을 시작한 바클레이스도 39년 만인 2016년 짐을 쌌다. 올해 들어서는 호주계 맥쿼리은행이 서울지점을 폐쇄했다.


외국계 금융사들의 엑소더스(대탈출)와 관련, 업계에서는 글로벌 본사의 구조조정 이슈도 한몫을 하지만 각종 규제가 이들을 떠나게 만든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내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외국계 은행 입장에서는 자본을 투입해도 수익 내기가 어려운 실정이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외파생상품 수요도 크게 줄어드는 등 일감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또 "운용사의 경우 금융지주사가 계열 운용사의 펀드를 판매하는 관행이 심하다보니 끼어들 틈이 없어 판매가 부진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고 덧붙였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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