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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닮은꼴’ 존슨 총리 확실시.. 英 정계 대대적 회오리 바람 예고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22 17:46

수정 2019.07.22 17:46

전통적인 보수파 주류 후퇴 전망
브렉시트 EU협상 벼랑끝 전술로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외교장관(사진)의 총리 승계가 거의 확실해지면서 영국 정계에 대대적인 회오리 바람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전통적인 보수당 주류가 후퇴하고, 노딜 브렉시트도 마다않는 브렉시트 강경파가 전면으로 부상할 것이어서 EU와 협상은 벼랑 끝 전술로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존슨의 총리 당선이 거의 확정적이 되면서 영국 기성 정치권 전반에 충격파가 밀어닥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노딜에 반대하는 필립 해먼드 재무장관, 데이비드 고크 법무장관을 비롯한 상당수 장관들이 존슨이 총리가 되면 나가라고 하기 전에 사퇴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해먼드 장관은 이날 BBC와 인터뷰에서 EU와 아무런 협정없이도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사퇴의사를 밝혔다. 그는 "모든 여론조사가 보리스(존슨)의 승리를 시사하고 있다"면서 "그에 걸맞은 계획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보수당은 23일 당원 16만명의 투표로 당수 선출에 나서며, 이 자리에서 당수로 뽑힌 인물이 영국의 총리가 된다. 여론조사에서는 현재 존슨이 함께 경선에 나선 제러미 헌트 외교장관을 가볍게 물리치고 당수에 선출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당 당수가 총리가 되는 관례에 따라 존슨이 승리하게 되면 자동적으로 영국 총리가 되며 이튿날은 24일 여왕 알현 뒤 테리사 메이를 이어 정식 총리 자리에 오르게 된다. 여러모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닮은 꼴인 존슨은 총리 계승에서도 트럼프의 대권도전과 흡사하다. 트럼프의 대선 도전이 초기에는 코미디로 인식됐던 것처럼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뒤 존슨이 총리에 나서려고 했을 때 주위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기자 출신인 존슨은 대중적인 이미지로 투표에서 보수당 유권자들을 끌어당기는 바람잡이 역할을 해왔다. 지도부가 수년 동안 존슨을 실수하기 쉬운 정치인으로 점찍고, 그를 그저 유권자 동원 흥행용으로만 활용해온 것이다. 이때문에 2016년 총리에 도전하려고 하자 그의 정치적 후견인이 그의 능력부족을 이유로 주저앉게 만들었다.

그러나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방안이 의회에서 3차례 퇴짜를 맞으며 브렉시트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대표적인 강경파인 존슨의 입지가 강화되면서 강력한 총리 후보로 올라섰다. 그는 노딜 브렉시트도 마다하지 않는다. 당수 경선에서 존슨은 줄곧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10월 31일 (EU)탈퇴를 결행하는 것"이라면서 "말 그대로다. 우리는 노딜 브렉시트 채비도 하고 있고, 준비가 돼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브렉시트 추가 연장보다는 노딜 브렉시트가 더 낫다고 강조하는 인물이다.

존슨이 총리가 되면 트럼프처럼 수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그는 기자 시절 부르카를 쓴 이슬람 여자들을 우편함에 빗대기도 했고, 5행 희극시에서는 터키 대통령을 욕보이기도 했다.

존슨은 또 오랜 EU 회의론자로 EU 집행부를 비아냥거려왔다.
특히 브렉시트 반대론자였지만 국민투표 통과 뒤 여론을 수용해 브렉시트 찬성으로 돌아선 메이와 달리 그는 원조 브렉시트파다.

원조 브렉시트파로 EU 집행부를 수년 동안 비아냥대온 인물이 브렉시트 마감시한을 석달 앞두고 협상을 진두지휘할 총리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정치 컨설팅 업체 유라시아그룹의 유럽담당 상무 무지타바 라흐만은 "브렉시트가 (어느 때보다) 가장 혼란스럽고 예측불가능한 단계에 진입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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