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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정치가 친일·이적 떠들 동안 기업은 애가 탄다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21 17:26

수정 2019.07.21 17:26

한·일 갈등이 악화일로다.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은 지난주 한국을 향해 "무례하다"고 말했다. 곧바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국제법을 위반한 것은 바로 일본"이라고 맞받아쳤다. 양국 통상마찰은 한 치의 양보 없는 장기전으로 돌입한 모양새다. 기업들로선 최악의 시나리오다.

국내 갈등도 심각하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1일 "자유한국당이 한일전에서 우리 선수를 비난하고 일본 선수를 찬양하면 신(新)친일"이라고 했다. 앞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런(일본 정부의 입장) 주장을 하는 한국 사람을 마땅히 '친일파'라고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21일 페이스북에서 "죽창가, 이적, 친일파에 이어 이제는 전쟁이란 표현까지 등장했다"며 "문재인 정권에 충성하면 애국, 정당한 비판을 하면 이적이라는 조국 민정수석의 오만함과 무도함에 국민들이 치를 떨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는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이 냉정을 되찾기를 호소한다.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황교안 한국당 대표 등 여야 5당 대표들을 만나 공동발표문을 내놨다. 발표문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자유무역에 위배되는 부당한 경제보복"으로 규정하고, 이를 "즉시 철회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발표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정치권이 대일정책을 놓고 연일 삿대질을 하는 모습은 참으로 볼썽사납다.

정치인들이 무책임하게 거친 말을 주고받는 동안 기업인들은 애가 탄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미 일본에 다녀왔고, 정의선 현대차 수석총괄부회장도 지난 주말 일본 출장길에 올랐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지난주 제주포럼에서 "지금은 최선을 다해 대통령을 도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재계 수장으로서 깊은 고민이 묻어난다. 다른 기업 총수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아예 입을 다물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가 재계의 속마음을 깊이 헤아려주기 바란다. 조국 수석은 "문재인정부는 서희와 이순신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담판에 뛰어난 '서희'의 역할에 기대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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