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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총수들, AI에 미래 걸었다… 4대 그룹 ‘AI 합종연횡’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21 16:39

수정 2019.07.21 18:28

미래 경쟁자이자 협력자
손정의 회장 만난 자리서 긴장감..자율주행·IoT·로봇 등 투자 확대
4대그룹 주도권 각축전
삼성, 글로벌 기업 잇달아 인수..현대차, 美 자율주행 기업 투자
SK, 5G 등 미래사업 11兆 투자..LG, 로봇·자율주행 기술에 집중
젊은 총수들, AI에 미래 걸었다… 4대 그룹 ‘AI 합종연횡’
젊은 총수들, AI에 미래 걸었다… 4대 그룹 ‘AI 합종연횡’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의 만찬 자리에서 주요 그룹 총수들 간에 묘한 긴장감이 흘렀던 것으로 들었다."

지난 4일 서울 성북구 가구박물관에서 90분간 진행된 손정의 회장과 국내 주요그룹 총수들 간 회동은 인공지능(AI)이 단연 화두였다. 4대그룹 고위임원은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주요그룹 총수들이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 미래먹거리의 기반기술이 AI라는 데 공감하고 포괄적인 협력을 약속했다"면서도 "한편으론 AI 분야의 잠재적 경쟁자라는 분위기 때문인지 손 회장을 사이에 두고 투자유치 신경전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AI 시장이 향후 글로벌 기술패권과 시장석권의 핵심분야로 떠오르면서 국내 4대그룹의 AI 각축전이 불붙고 있다. 글로벌 AI 관련 시장 규모가 매년 50% 이상씩 성장해 오는 2022년에는 40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4대그룹을 중심으로 전담조직 신설, 전문인력 확보, 미래기업투자 등의 물밑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4대그룹은 5세대(5G), 자율주행, 로봇 등 AI 기반의 미래분야에서 경쟁관계이면서도 전략적 협력이 필요해 'AI 합종연횡'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젊은 총수들 "AI가 미래 그룹동력"

21일 재계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들의 AI 시장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국내는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을 중심으로 관련 투자와 사업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들 그룹은 총수들의 전폭적인 관심과 지원 속에 AI 전담조직을 갖추고 글로벌 AI 연구개발(R&D)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 이는 AI 시장이 기존 반도체, TV·가전, 휴대폰, 자동차 등의 경계를 초월하고 산업을 연결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는 AI 관련 시장 규모가 올해 1조9010억달러(약 2000조원)에서 2022년 3조9230억달러(약 4000조원) 수준까지 급팽창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7년 11월 출범한 미래사업 발굴조직인 삼성리서치 산하에 AI센터를 신설해 선행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리서치를 중심으로 지난해 실리콘밸리, 케임브리지, 토론토, 모스크바, 뉴욕, 몬트리올 등 5개국에 7개 AI 연구센터를 신설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말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승진 이후 첫 조직개편에서 그룹 내 AI 전담조직을 만들었다. 전략기술본부 산하에 '인공지능리서치(AIR) 랩'을 신설해 생산효율화, 미래차 개발, 모빌리티 서비스 등의 과제를 연구 중이다.

LG는 지난 4월 LG사이언스파크 산하에 AI 조직인 'AI담당'을 신설하고, 그룹의 중장기 AI 전략과 비즈니스모델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SK도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에 AI 관련 조직을 만들어 미래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4대그룹 임원은 "삼성, 현대차, LG의 경우 젊은 총수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AI 분야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은 공통점이 있다"며 "아버지 세대가 전통적인 전자, 자동차 산업으로 기업을 성장시켰다면 지금 총수들은 주력사업에 AI 등 미래기술을 접목시켜 새로운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게 최대과제"라고 분석했다.

■AI 전략 비슷 '경쟁자이자 협력자'

4대그룹의 AI 전략은 총수의 진두지휘 속에 조직 신설,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 인재 영입의 공통분모로 압축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4대그룹 가운데 최초로 2016년 11월 미국 실리콘밸리 AI플랫폼 개발기업인 비브랩스를 인수하며 AI 투자를 본격화했다. 비브랩스는 음성인식 AI 분야 기업으로 '빅스비' 개발을 앞당기는 데 큰 기여를 했다. 2017년 11월에는 국내 AI 스타트업 가운데 처음으로 '플런티'를 인수해 머신러닝(기계학습), 자연어 처리 등 빅스비 기능 개선에 투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1·4분기에만 AI와 빅데이터 관련 기업에 236억원을 출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같은 기간 4차산업 관련기업 출자액의 54%에 달한다. 삼성의 AI 투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보고받고 챙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지난해 8월 180조원을 투자하는 중장기전략 발표 당시 AI를 5G, 바이오, 전장부품과 함께 4대 미래먹거리로 선정할 만큼 전폭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이 "미래 최우선 먹거리는 AI"라고 강조할 정도로 삼성전자는 종합반도체 기업이라는 장점을 살려 글로벌 AI 분야 석권을 목표로 정했다.

현대차도 지난 2017년 12월 이스라엘 스타트업 옵시스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이후 미국 자율주행기술 기업인 오로라·메타웨이브, AI기술 기업인 퍼셉티브 오토마타(미국)·알레그로.ai(이스라엘) 등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부터 현대차는 향후 5년간 AI, 자율주행 등 미래기술에 총 14조7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기존 자동차 기업에서 모빌리티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SK의 AI 사업을 주도하는 SK텔레콤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5G 등 미래사업 분야에 총 11조원의 투자에 나섰다. 여기에는 AI를 비롯해 자율주행차, IoT, 로보틱스, 스마트홈 에너지관리 솔루션 등이 포함됐다.
LG전자는 로봇과 자율주행 관련 AI 스타트업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LG전자가 투자한 미국 스타트업인 에이아이와 이스라엘 바야비전, 객체인식기술을 개발하는 국내 스타트업 스트라드비젼 등은 모두 자율주행 관련 개발기업들이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4대그룹의 AI 투자나 사업전략이 유사점이 많다"며 "특히 AI 기반의 자율주행과 로봇 분야는 4대 그룹 간 향후 5년 안에 경쟁구도이자 상호협력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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