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모든 아이들의 권리가 보장되는 나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18 17:40 수정 : 2019.07.18 17:40
"모든 아동에게는 특별한 권리가 있다. 그리고 국가와 모든 사회구성원은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

1989년 유엔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유엔아동권리협약의 내용이다. 여기서 의미하는 '아동의 특별한 권리'는 무엇일까. 어른의 권리와는 다른 것일까.

아동은 성인의 보호가 필요한 '미성년'인 동시에 독립적 개체인 '완성된 인간'이다.


협약에서는 두 측면을 모두 고려해 아동의 생존·발달·보호·참여에 관한 다양한 권리를 선언하고 있다. 그리고 어른이 아동을 위한 행동을 할 때는 '아동 최선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기본원리를 강조한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나라 아동복지정책에서 바라보는 아동은 주로 보호와 돌봄의 대상이었다.

소득이 적거나, 맞벌이 부모라 돌봄공백이 생겼을 때 어떻게 돌볼 것이냐는 관점에서 보육서비스, 드림스타트 지원과 같은 아동정책들이 주로 논의됐다.

학대 피해아동, 시설보호아동과 같은 위기 아동 문제에서도 아동의 관점보다는 당장 보호수단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 결과 아동의 권리보장을 위해 필수적인 '아동이익 최우선의 원칙'과 '공공책임'이 희미해졌다.

2016년 발생한 이른바 은비(가명) 사건은 이런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드러냈다.

은비는 2012년에 17세 미혼모가정에서 출생했다. 17개월 무렵 생계부담으로 인해 어린 엄마는 양육을 포기했고, 은비는 양육시설에 보내졌다. 이후 약 2년 동안 양육시설, 두 번의 입양과 파양을 거쳤고 입양된 가정에서 결국 학대로 사망했다. 여기에 이르기까지 관련된 기관은 24시간 어린이집, 아동복지센터, 보육원, 입양기관, 경찰, 아동보호전문기관, 법원, 병원 2곳 등 민간과 공공영역의 최소 9개 기관이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은비와 생모가 함께 살 수 있도록 상담하고 지원해준 곳은 없었고, 은비 입장에서 최선의 보호책이 무엇인지 논의하는 공적인 과정도 없었다.

이런 비극은 앞으로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이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지난해 12월 아동복지법 개정이 이뤄졌고, 정부에서는 올 5월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의 핵심은 아동보호체계 내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공적 책임을 강화하고, '아동의 이익이 최우선'으로 고려되는 사회적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민간 중심으로, 분절적으로 흩어져 있던 아동보호 관련 중앙의 기능들을 아동권리보장원으로 통합하는 것이다.

앞으로 아동권리보장원에서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등 모든 사회구성원이 아동과 관련된 활동을 할 때 '아동의 이익이 최우선'으로 고려되도록 원칙을 정립할 것이다.

아동의 이익을 어른의 관점에서 미리 규정하지 않고, 아동의 상황과 특성에 따라 역동적으로 보장되도록 할 것이다.

애초에 어른들이 은비에게 가장 좋은 보호수단이 무엇인지를 은비의 눈으로 고민하고 가능한 대안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면서 보호조치를 결정했다면 은비는 지금 건강하게 가정에서 자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모든 아동의 특별함을 인정하고, 아동의 관점과 권리를 완전히 존중하는 사회, 아동권리보장원에 거는 기대가 크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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