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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일본산 대체하자" 국내외에 SOS… 테스트만 몇달 걸려 [산업계, 日 수출규제 장기화 대비]

김규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17 18:10

수정 2019.07.17 18:34

삼성디스플레이, SKC와 협력 추진..SK하이닉스도 러·中 소재 시험중
순도 같더라도 기술력 등 차이나..실제 대체까지는 산 넘어 산
[단독]"일본산 대체하자" 국내외에 SOS… 테스트만 몇달 걸려 [산업계, 日 수출규제 장기화 대비]
삼성디스플레이가 국내 기업인 SKC와 투명 폴리이미드(PI) 양산체제 협력을 추진하는 등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반도체·디스플레이업계가 핵심 소재·부품 공급선 다변화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이는 한·일 관계가 갈수록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이번 수출규제 조치가 장기화될 것으로 판단하고 일본 의존도에서 탈피해 중장기적인 공급안정화 전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본의 소재·부품 기술력과의 격차, 공정라인 안정화 등의 변수가 워낙 많아 공급처 대체 전략이 안착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규제 길어진다' 공급 다변화 총력

17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투명 PI에 쓰이는 플루오린 PI의 수출규제를 강화한 이후 삼성디스플레이는 물량 확보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투명 PI는 스마트폰의 커버 글라스(유리)를 대체할 수 있어 차세대 폴더블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일본이 전세계 투명 PI 시장의 90% 이상을 공급할 정도로 막강한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일본 제재에도 단기적인 물량 확보로 당장은 폴더블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생산차질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수출규제 사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으면서 장기적인 공급망 관리 차원에서 SKC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SKC는 지난 2017년부터 투명 PI 개발에 착수해 오는 10월 본격적인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C의 투명 PI 기술력도 일본과 견줄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문대규 순천향대 디스플레이신소재학과 교수는 "일본산 투명 PI 제품과 비교해도 SKC의 기술력은 상당히 높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가 SKC의 투명 PI 제품을 시범 테스트하는 과정이 남아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일본산을 대체하는 최우선 후보로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 부품 계열사들은 최근 이재용 부회장의 일본 출장과 컨틴전시 플랜(상황별 비상계획) 마련 지시 등을 전후해 공급처 다변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식각·세정 재료인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의 탈일본화에 나선 상태다. 현재 삼성전자는 일본업체가 아닌 국내외 소재기업들로부터 에칭가스 샘플을 확보해 품질 성능시험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업체명은 공개할 수 없지만 국내외 여러 기업의 에칭가스를 테스트하고 있다"며 "양산 테스트를 한 뒤 수율이 올라오면 양산체제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SK하이닉스도 메모리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에칭가스의 대체재 확보 차원에서 국내를 비롯해 대만, 중국 등의 다양한 소재들을 공정라인에서 시험테스트 중이다.

일본 교도통신은 중국 산둥성 화학기업인 방훠그룹이 일본 기업을 대신해 한국 반도체 업체에 에칭가스를 공급키로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다만 삼성전자 측은 "방훠그룹과의 협력은 확인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양산 대체까지는 '산넘어 산'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가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에 맞서 공급선 다변화에 나섰지만 걱정거리는 여전하다. 무엇보다 수출규제 품목의 비일본산 대체가 실제로 양산단계까지 다다르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에칭가스의 경우 설사 러시아산이든 국산이든 순도가 일본산과 같더라도 우리 제품에 적합한지 테스트는 거쳐야 하는데 최소 3개월 이상 걸리는 데다 성공도 미지수"라며 "반도체 공정마다 에칭가스 순도를 희석해서 사용하는데 농도나 배합비율은 일본기업들의 영업비밀이라 우리도 모른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같은 일본업체 소재라도 각사마다 맞춤형으로 공급되다보니 최종 반도체 제품력이 달라지는 것"이라며 "우리가 일본에 묶여 있는 것도 100년 이상된 화학사들의 노하우와 기술력을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박재근 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일본의 수출규제가 해결되든 안되든 국산화와 공급 다변화는 국내 기업들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드러났다"며 "삼성과 SK 등 기술력을 가진 업체를 중심으로 국산화가 안된 품목에 대해 전략적으로 국내 업체를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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