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소송으로 해결되지 않는 사건들을 융퉁성있게 대처하도록 어떻게든 도움을 드려야죠."
지난 16일 오전 8시 50분 서울 마포구의 서울시사회복지협의회에서 만난 임규선 변호사(43·변호사시험 1회)는 통화상담에 열중하고 있었다. 임 변호사는 2012년 로스쿨 졸업과 동시에 이곳에서 '법률홈닥터'로 활동해왔다. 8년간 기초수급자, 다문화가족, 범죄피해자 등 취약계층을 만나 무료 법률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법률홈닥터는 지난 2011년 시범사업을 거쳐 2012년 5월 시작된 '찾아가는 법률주치의'제도다. 법무부 소속 변호사 65명이 전국 지방자치단체·사회복지협의회에서 법률홈닥터로 활동 중이다.
■’법률 주치의’ 변호사의 하루
같은 날 오전 10시, 서울 신정동에선 한 내담자가 양천구 법률홈닥터 손명진 변호사(36.변호사시험 2회)를 찾았다. 70대 A씨는 대부업체에서 진 빚을 오랜 기간 안고 있었다. 형편이 좋지 않은 그의 기초연금 등에까지 압류가 진행됐다. A씨는 생계비에 한해 압류를 취소할 수 있는 ’압류금지채권 범위변경’을 신청하기 위해 이날 방문했다. 손 변호사는 A씨의 계좌번호, 주소 등을 재차 묻고 확인하며 차근차근 서류를 작성했다. A씨는 “정말 좋으신 분”이라며 손 변호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임 변호사는 취약계층 중 혼자 사는 60~70대 노인층이 많이 찾아오는 게 가장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사업 실패·사기 등으로 빚을 떠안은 분들이 대다수라는 게 임 변호사의 설명이다.
실제 노인층 상담 수요가 많다보니 임 변호사는 노인복지센터로 매달 약 10회 이상 출장을 간다. 임 변호사는 이날 오후에도 약수노인종합복지관을 방문했다. 두 시간 반 동안 총 4명에게 법률상담 서비스를 제공했다.
임 변호사는 그중 국민기초생활수급 신청이 까다로워 문의가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혼 후 자녀관계가 단절된 사례가 있었는데 부양의무자요건때문에 곤란을 겪으셨다. 자녀관계 단절 자체가 증명하기 참 어렵다. 이런 분들을 최대한 도와드리려고 한다"고 전했다.
보이스피싱도 노인층이 겪는 고충 중 하나다. 임 변호사는 "아직 보이스피싱이 있나 싶지만 대출해주겠다는 전화를 받으시면 통장·체크카드 비밀번호 다 넘겨드릴 때가 있다"며 "결국 통장 양도 행위로 전자금융거래법에 의해 처벌당하신다. 대포통장 제공 혐의로 벌금형을 받기도 하신다"고 말했다.
■"약자에서 도움을 주기 위해"
한편 손 변호사는 지난해 12월부터 법률홈닥터로 근무 중이다. 이전에는 굴지의 대기업 사내변호사로 5년간 일했다. 그는 “비교적 처우가 좋지 않고, 연 단위 계약으로 고용안정성도 떨어진다. 사명감 아니면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손 변호사는 법률홈닥터 재계약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추구하는 변호사로서의 역할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변호사로서 ‘대기업이 어떻게 법을 어기지 않고 영업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보다, 억울한 상황에 처하기 쉬운 약자에게 내가 가진 지식으로 도움을 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 이야기 듣는 것도 즐겁고요. 이 일을 계속할 것 같아요."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 윤은별 강현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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