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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취약계층 法으로 돕는 ‘우리동네 법률 주치의’

유선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17 13:27

수정 2019.07.17 13:27

지난 16일 오전 임규선 변호사가 서울 마포구 서울특별시사회복지협의회 사무실에서 법률홈닥터 업무를 하고 있다./사진=강현수 인턴기자
지난 16일 오전 임규선 변호사가 서울 마포구 서울특별시사회복지협의회 사무실에서 법률홈닥터 업무를 하고 있다./사진=강현수 인턴기자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소송으로 해결되지 않는 사건들을 융퉁성있게 대처하도록 어떻게든 도움을 드려야죠."
지난 16일 오전 8시 50분 서울 마포구의 서울시사회복지협의회에서 만난 임규선 변호사(43·변호사시험 1회)는 통화상담에 열중하고 있었다. 임 변호사는 2012년 로스쿨 졸업과 동시에 이곳에서 '법률홈닥터'로 활동해왔다. 8년간 기초수급자, 다문화가족, 범죄피해자 등 취약계층을 만나 무료 법률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법률홈닥터는 지난 2011년 시범사업을 거쳐 2012년 5월 시작된 '찾아가는 법률주치의'제도다. 법무부 소속 변호사 65명이 전국 지방자치단체·사회복지협의회에서 법률홈닥터로 활동 중이다.

■’법률 주치의’ 변호사의 하루
같은 날 오전 10시, 서울 신정동에선 한 내담자가 양천구 법률홈닥터 손명진 변호사(36.변호사시험 2회)를 찾았다. 70대 A씨는 대부업체에서 진 빚을 오랜 기간 안고 있었다. 형편이 좋지 않은 그의 기초연금 등에까지 압류가 진행됐다. A씨는 생계비에 한해 압류를 취소할 수 있는 ’압류금지채권 범위변경’을 신청하기 위해 이날 방문했다. 손 변호사는 A씨의 계좌번호, 주소 등을 재차 묻고 확인하며 차근차근 서류를 작성했다. A씨는 “정말 좋으신 분”이라며 손 변호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임 변호사는 취약계층 중 혼자 사는 60~70대 노인층이 많이 찾아오는 게 가장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사업 실패·사기 등으로 빚을 떠안은 분들이 대다수라는 게 임 변호사의 설명이다.

실제 노인층 상담 수요가 많다보니 임 변호사는 노인복지센터로 매달 약 10회 이상 출장을 간다. 임 변호사는 이날 오후에도 약수노인종합복지관을 방문했다. 두 시간 반 동안 총 4명에게 법률상담 서비스를 제공했다.

임 변호사는 그중 국민기초생활수급 신청이 까다로워 문의가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혼 후 자녀관계가 단절된 사례가 있었는데 부양의무자요건때문에 곤란을 겪으셨다. 자녀관계 단절 자체가 증명하기 참 어렵다. 이런 분들을 최대한 도와드리려고 한다"고 전했다.

보이스피싱도 노인층이 겪는 고충 중 하나다. 임 변호사는 "아직 보이스피싱이 있나 싶지만 대출해주겠다는 전화를 받으시면 통장·체크카드 비밀번호 다 넘겨드릴 때가 있다"며 "결국 통장 양도 행위로 전자금융거래법에 의해 처벌당하신다. 대포통장 제공 혐의로 벌금형을 받기도 하신다"고 말했다.

■"약자에서 도움을 주기 위해"
한편 손 변호사는 지난해 12월부터 법률홈닥터로 근무 중이다. 이전에는 굴지의 대기업 사내변호사로 5년간 일했다. 그는 “비교적 처우가 좋지 않고, 연 단위 계약으로 고용안정성도 떨어진다. 사명감 아니면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손 변호사는 법률홈닥터 재계약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추구하는 변호사로서의 역할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변호사로서 ‘대기업이 어떻게 법을 어기지 않고 영업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보다, 억울한 상황에 처하기 쉬운 약자에게 내가 가진 지식으로 도움을 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 이야기 듣는 것도 즐겁고요. 이 일을 계속할 것 같아요."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 윤은별 강현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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