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일 관계 제언] 기업은 울고 싶다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16 17:54

수정 2019.07.16 17:54

곽인찬 논설실장
대일외교 외면한 후폭풍.. 감정 빼고 차분한 대응을
[한·일 관계 제언] 기업은 울고 싶다
기업은 울고 싶다. 안에서 맞고 밖에서 터진다. 안팎곱사등이가 따로 없다. 중국이 사드를 핑계로 보복할 때 우리 정부는 꿀 먹은 벙어리였다. 그 통에 롯데, 현대자동차 같은 기업들이 희생양이 됐다. 일본이 과거사를 핑계로 보복하자 우리 정부는 맞불을 놓고 있다.
그 바람에 반도체·디스플레이를 만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문재인정부가 중국과 일본을 다루는 태도는 180도 다르다. 하지만 결과는 같다. 한마디로 기업들만 죽을 맛이다.

애초 이런 일이 안 벌어지도록 하는 게 최선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그렇게 했다. 1998년 일본을 국빈 방문한 김 대통령(DJ)은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이끌어냈다. 일본 의회 연설에서 DJ는 "한·일 관계가 불행했던 것은 약 400년 전 일본이 한국을 침략한 7년간과 식민지배 35년간"이라며 "50년도 안 되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에 걸친 역사 전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

아베 정권이 보복 카드를 꺼내 들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부리나케 일본을 찾았다. 신동빈 롯데 회장도 일본으로 갔다. 이 부회장은 5박6일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사장단 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당장 급한 물량은 확보했다지만 추가 보복이 나오면 어디서 물이 샐지 모른다.

그동안 정부는 뭘 했나. 대통령은 이순신 장군의 12척, 민정수석은 죽창가, 국가안보실 차장은 국채보상운동을 말했다. 현 사태가 문재인정부의 대일 등한시 외교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그래놓고 뒤처리를 기업과 국민에게 떠넘기려 한다. 임진왜란 때 의병이 왜 나왔나. 나라가 백성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관군이 출중하면 의병은 나올 필요조차 없다. 손자병법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을 상책으로 친다. 이겨도 만신창이로 이기면 하책이다.

한·일 관계는 24년 전, 김영삼 대통령이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고 으름장을 놓던 시절로 돌아갔다. 역사의 수레바퀴가 거꾸로 돈다. 큰 사고가 나면 매뉴얼대로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미 한·일 관계엔 '김대중·오부치 선언'이라는 규정집이 있다. 행동계획 1번은 "한국 대통령과 일본 총리는 정상회담을 적어도 연 1회 실시한다"고 돼 있다. 지금이라도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제발 정치가 경제를 놓아달라"고 호소했다. 우리도 호소한다.
제발 정치가 기업을 놓아달라. 왜 엉뚱한 기업이 매를 맞아야 하나. 외교, 특히 대일외교에서 근본주의적 태도는 금물이다. 강제징용 배상 이슈를 다룰 제3국 중재위원회를 꾸려달라. 거기서 냉각기를 갖고 차분하게 해결책을 찾으면 된다.
부디 기업이 날벼락을 맞는 일만은 없길 바란다.

paulk@fnnews.com 곽인찬 기자 곽인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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