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잃어버린 가족찾기] "실종아동 전단지, 버리기 전에 한번이라도 관심을"

이병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15 20:55

수정 2019.07.15 20:55

13년전 자택 근처서 실종된 둘째 딸
장난 제보 문자에 상처도 받아…
장기 실종 가족에게 필요한 건 ‘관심’
박동은씨(24, 실종 당시 11세)는 앞니가 튀어나온 편으로, 체격이 또래보다 크고 실종 당시 검정색 단발머리를 했던 것이 특징이다. 실종아동전문기관 제공
박동은씨(24, 실종 당시 11세)는 앞니가 튀어나온 편으로, 체격이 또래보다 크고 실종 당시 검정색 단발머리를 했던 것이 특징이다. 실종아동전문기관 제공
"전단지를 뿌리면 읽지도 않고 버리시는 분이 90%는 됐어요. 혹시 비슷한 사람이 있지 않을지 한번쯤 봐주고, 관심을 가져 주시길 바라요."

13년 전 둘째 딸과 이별한 정향숙씨(54)의 마지막 당부는 실종된 자녀를 향한 것이 아니었다. 정씨는 장기실종 가족에게 가장 힘이되는 일은 '주변의 관심'이라고 했다.

15일 경찰청,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따르면 박동은씨(24, 실종 당시 11세)는 경남 양산 자택 아파트 근처에서 실종됐다.

평소 절친했던 이은영씨(26, 실종 당시 13세)와 함께 집에서 주말을 보내다가, 정씨가 출근한 사이에 실종됐다는 것이다.
박씨와 이씨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곳은 같은 날 오후 1시께 아파트 버스정류장이었다. 당시 외출 계획이 없었음에도 외부에서 목격된 것이 정씨는 혼란스럽다고 했다.

그는 "아침에 '어디 나갈거냐'고 물으니, 그냥 집에서 놀 거라는 대답을 듣고 출근했다"며 "그런데 정류장에서 목격된 상황이 '외출 후 돌아오는 버스에서 내리는 것이었다'고 하더라"고 당시를 기억했다.

이날 이후 박씨와 이씨는 모두 연락이 두절됐다. 전국 어디든 제보가 들어온 곳을 찾아다니고, 보육시설부터 정신병원까지 샅샅이 뒤졌다. 전단지도 직접 배포했다.

방송 출연도 거듭했으나 이렇다 할 제보는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전단지를 보고 보낸 장난 문자메시지로 상처를 입기도 했다.

정씨는 "초등생과 중학생이 실종되다 보니, 경찰도 먼저 가출로 생각하는 바람에 긴 시간까지 이별이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정씨는 최근에는 전단지는 배포하지 않고 있다. 딸의 얼굴이 담긴 종이가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모습에 상처를 받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 일이 아니면, 유명인이 아니면 일반인이 겪는 것은 관심을 크게 가져주시지 않는다"며 "전단지를 돌릴 때도 너무 속상했다"고 전하면서 시민들의 관심을 호소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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