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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소재확보 비상경영 선언… "시나리오별로 대응하라" [삼성전자 경영진 긴급 소집]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14 17:53

수정 2019.07.1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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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디스플레이 리스크 최소화
해외거래처 다양화 등 대응방안 주문
국내 소재산업 육성하는 방안도 검토
홍남기·김상조와 별도 면담 가능성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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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출장에서 돌아온 이재용 부회장(사진)이 삼성전자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수출제재를 극복하기 위한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이 부회장은 파운드리 초미세공정에 필수적인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와 고품질 포토레지스트(감광제)의 대체공급망 확보를 최우선으로 주문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향후 일본의 무역보복 확대에 대비해 시나리오별 대응방안을 마련해 리스크를 최소화해 나갈 계획이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5박6일간의 일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이 부회장은 휴일인 13일 오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반도체부문(DS)과 디스플레이 경영진을 소집해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일본 출장 결과를 공유하고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급현황, 제재 장기화 시 사업에 줄 수 있는 영향 등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출장기간 일본 도쿄에 체류하며 여러 업계 관계자들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에서 돌아온 다음날 긴급 경영진회의를 소집한 건 사상 초유의 일본 수출제재라는 위기상황이 그만큼 절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책회의에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김기남 DS부문 총괄부회장을 비롯해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사장), 강인엽 시스템 LSI사업부장(사장),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 부품 분야 전 사업부장이 참석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공급망 관련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 수립을 경영진에 주문했다. 컨틴전시플랜은 향후 리스크 발생 시 시나리오별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경영기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향후 일본의 제재가 계속되면 부품뿐 아니라 TV, 휴대폰까지 영향을 줄 수 있어 시나리오별 대응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부회장은 중국, 러시아, 대만 등 거래선 다양화와 국내 소재산업 육성방안 검토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대책회의를 통해 재고가 1~2개월 수준으로 알려진 극자외선(EUV) 파운드리용 에칭가스·포토레지스트 대체공급선을 찾는 데 사활을 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7나노 EUV 제품을 출하했고, 올해 안에 6나노 제품 양산을 목표로 정한 상태다. 만약 일본의 수출제재로 EUV용 에칭가스와 포토레지스트 허가가 최장 90일이 걸리거나 더 장기화되면 올해 파운드리 사업계획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진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단기 현안 대처에만 급급하지 말고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의 큰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며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하는 한편, 흔들리지 않고 시장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자"고 당부했다.

한편으론, 이 부회장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및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등과 별도 면담을 가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지난 10일 일본 출장 관계로 청와대 기업인간담회에 불참한 만큼 홍 부총리 등과 별도의 대책회동도 예상된다"며 "민관 공동의 대체공급망 확보와 일본 현지동향 등에 대해 머리를 맞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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