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웅 선임기자의 '비즈니스 와인']

우아한 달콤함, 얼음이 만드는 마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11 19:23 수정 : 2019.07.11 19:23

(3) 와인의 경제학 실수와 우연이 빚은 아이스와인
얼음포도로 만드는 '아이스와인'
당분만 응축된 상태서 추출해 일반 와인보다 6∼7배 많은 포도 필요
캐나다·독일이 대표적 생산지

캐나다 온타리오의 유명 와이너리인 필리테리 이스테이츠 와이너리가 운영하는 포도농장에서 직원이 꽁꽁 언 포도를 살펴보고 있다. 필리터리 홈페이지
'뽀드득, 뽀드득'. 1월의 이른 새벽,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한 포도농장에 커다란 나무바구니를 든 한 무리의 일꾼들이 어스름 속에 줄지어 들어옵니다. 북반구의 큰 물길인 나이아가라강이 마을을 돌아 흐르는 이곳 온타리오는 대지는 물론 새벽 공기마저 꽁꽁 얼어버렸습니다. 일꾼들이 허연 입김을 뿜어내며 돌덩이처럼 변한 포도송이를 하나씩 하나씩 따내기 시작합니다. 해가 떠오르기 전에 서둘러 일을 마쳐야 합니다.
바구니에 가득 담겨오는 얼음포도들이 바로바로 다란 기계속으로 빨려들어갑니다. '또옥~똑, 주르르륵'. 지난가을부터 매서운 추위를 견뎌낸 포도들이 쪼글쪼글해진 몸에서 꿀처럼 진득한 액체를 뱉어내기 시작합니다. 혹독한 자연이 주는 귀한 선물 '아이스 와인'은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잘 만들어진 아이스 와인은 고급스런 황금색을 띠고 있습니다. 입에 넣어보면 벌꿀처럼 진한 단맛을 기반으로 잘 익은 배, 오렌지, 살구 등의 향이 납니다. 그러면서도 기분좋은 산미를 갖추고 있습니다.

아이스 와인을 가장 특징짓는 새콤달콤한 고급스런 단맛의 비밀은 바로 '얼음'에 있습니다. 포도가 서리를 맞아 추위에 노출되면 포도나무는 포도알이 얼지않도록 자체적으로 수분을 줄이게 됩니다. 그러면 상대적으로 당도가 높아져 어는 점이 낮아지게 되죠. 추위가 깊어질수록 포도나무는 이런 과정을 반복하게 되면서 당도가 갈수록 높아지게 되는 겁니다. 그러나 한계치를 넘어가면 결국 포도송이가 얼게 됩니다.

여기서 다시 한번 '얼음의 마법'이 일어납니다. 포도 알의 수분이 언 상태에서 부드럽게 압착해 당분만 빼내는 겁니다. 그래서 아이스 와인은 반드시 포도가 얼어있는 상태에서 수확하고 포도 속 수분이 녹기 전에 바로 압착을 합니다. 그래서 1년 중 가장 추운 1월 말에, 추위가 가장 절정을 이루는 새벽이나 저녁에 수확을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뽑아낸 주스의 당도는 35~39브릭스(Brix)에 달합니다. 꿀의 당도가 40브릭스이니 거의 꿀과 다름 없는 상태라고 봐도 됩니다.

캐나다 정부는 아이스 와인 생산을 'VQA(Vintners Quality Alliance)'를 통해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VQA는 '아이스 와인을 만들때 반드시 승인 받은 포도품종을 사용해야 하고 수확은 섭씨 영하 8도 이하에서 이뤄지고 압착도 같은 온도 이하에서 행해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아이스 와인에 주로 사용되는 포도 품종은 리슬링과 비달 블랑입니다. 두 품종 모두 추위에 강하며 아로마가 아주 뛰어난 포도입니다. 독일은 리슬링을 많이 사용하고 캐나다는 비달 블랑을 주로 사용합니다. 리슬링 품종은 포도 자체의 아로마가 워낙 좋은데다 초록사과를 배어물은 것처럼 산미까지 뛰어납니다. 비달 블랑은 리슬링만큼 산미는 덜하지만 높은 당분에 파인애플, 망고, 멜론 등 열대과일의 풍미가 특징입니다.

아이스 와인의 유래는 정확하게 기록된게 없습니다. 다만 1794년 독일 프랑켄 지방에서 때이른 서리가 내리면서 포도가 얼어버렸는데 나중에 포도를 먹어보니 기가막히게 달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를 와인으로 만들었더니 놀라운 맛의 달콤한 와인이 돼 있었다고 합니다. 이후 독일인들이 캐나다로 이주해 아이스 와인을 생산하면서 캐나다가 아이스 와인의 주요 생산국이 되게 됩니다. 지금은 독일과 더불어 캐나다 온타리오가 최고급 아이스 와인 생산지입니다.

아이스 와인은 비싼 와인입니다. 와인은 보통 좁고 기다란 병에 담겨 있는데 용량은 375ml로 유명 생산자가 만든 와인의 경우 10만원 안팎에 달합니다. 아이스 와인이 이처럼 비싼 것은 수확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데다 일반적인 와인에 비해 추출되는 생산량이 훨씬 적기 때문입니다.

아이스 와인을 만들려면 여름 한철동안 포도를 잘 키운 후 가을부터 '2차 재배'를 시작합니다. 아이스 와인으로 만들기 위해 포도의 당분을 높이는 과정입니다. 우선 새나 다른 짐승이 먹지 못하도록 포도나무를 그물로 된 보호망으로 감쌉니다. 또 포도의 당분이 응축될때까지 매일 관리하고 다 익은 후에는 섭씨 영하 8도 이하의 극한 추위속에서 포도를 손으로 일일이 따야 합니다. 노동력이 오랜 시간동안 많이 들어가게 됩니다.

아이스 와인은 포도 과즙을 당분만 응축된 상태에서 추출하기 때문에 많은 양의 포도가 필요합니다. 1L를 얻기 위해서는 포도 10송이 이상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와인보다 6~7배의 많은 양이 필요하니 값이 비쌀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아이스 와인은 차게 해서 마셔야 제맛이 납니다. 섭씨 7~10도에서 가장 맛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기념일이 가까워 온다면 아이스 와인과 아이스크림이나 치즈 케이크를 준비해보세요. 환상적인 마리아주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선임기자

▶다음 편은 '최고가 와인의 세계'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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