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누가 우리집 도어락을 누르고 있어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11 17:42 수정 : 2019.07.11 18:05

경찰서 지구대 출동 동행

#1."모르는 사람이 문 밖에서 초인종을 계속 누르고 있어요." 지난 9일 밤 10시께 서울 영등포경찰서 중앙지구대에 주거침입 의심 신고가 들어오자 지구대 경찰관 8명이 사이렌을 끄고 은밀히 출동했다. 용의자가 알아챈 뒤 도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원룸 근처를 수색하고 나머지는 엘리베이터와 계단으로 나뉘어 포위망을 좁혔다. 하지만 현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2."누군가 도어락을 누르고 집 안으로 들어오려고 해요."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또 다시 들어온 주거침입 의심 신고에서 경찰은 신고자 집 앞의 남성 A씨를 붙잡았다. '최근 다른 층으로 이사 와 집을 헷갈렸다'는 A씨에게 경찰관은 "실수로 벨을 누르더라도 거주자는 엄청난 위협을 느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찰은 A씨의 자택까지 동행해 부동산 거래 기록을 확인한 뒤 철수했다.
'신림동 성폭행 미수 영상' 속 30대 남성이 구속된 지 한달여가 흐른 지난 9일 밤. 이날 주거침입 신고를 접수한 영등포경찰서 중앙지구대 경찰관들이 현장으로 출동하고 있다. 사진=김서원 인턴기자

■주거침입 신고에 '과잉 대응' 없다

지난달 28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강간 미수 혐의로 조모씨(30)가 체포된 이후 불안감을 호소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주거침입 대응'은 심야 지구대 경찰관들의 가장 중요한 업무가 됐다.

장선오 영등포경찰서 중앙지구대 팀장(경감)은 "신림동 사건 이후 낯선 이가 초인종을 누르거나 도어락을 조작하면 바로 신고로 이어지고 있다"며 "그만큼 사람들이 더 이상 집을 가장 안전한 공간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이날 두 건의 신고는 '해프닝'으로 끝났다. 그러나 경찰은 항상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출동하기 때문에, 주거침입 대응에 '과잉'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장 경감은 "단순 장난인 벨 누르기라도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며 "최악의 경우엔 강도, 성폭행 등 강력범죄로 이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영등포 중앙지구대는 술집·모텔 등이 밀집한 유흥가에 자리 잡고 있다. 이 때문에 여성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주거침입 신고는 물론, 성추행·성폭행 등 여성이 피해자인 사건 접수도 많다고 경찰은 전했다.

■"자살시도자, 마음을 움직여야"

같은 시간, 광진경찰서 광나루지구대도 실종, 음주운전, 자살 시도 의심 신고 등으로 바쁘게 돌아갔다. 특히 광진교, 천호대교, 올림픽대교, 잠실철교. 4개의 한강 다리가 있는 광진구의 특성상, 여름밤에는 하루 3건이 넘는 자살 의심 신고가 들어온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에 광나루지구대에는 상담에 특화된 경찰관도 배치돼 있다. 이배동 경사는 지구대에서 근무하며 여러 번 다리 위나 아파트 난간에서 극적으로 생명을 구했다. "자살 시도자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을 통해 끌어내며 마음의 문을 연다"고 노하우를 전한 그는 "경찰은 시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는 자신의 철학을 전했다.

경찰은 때로는 친절하며 때로는 냉정하다. 빠른 판단력으로 냉정히 대응하다가도, 곤란한 일이 생기면 아무 일 없었던 듯 친절히 응대한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며 매일 새로운 사건을 접해야 하는 만큼, 경찰관들의 고충도 크다. 김종위 경위는 "야간근무를 끝내고 나면 온종일 잠이 안 온다"며 "경찰의 상당수는 불면증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김서원 이용안 전민경 인턴기자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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