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감정싸움으로 번진 韓·日… 美 지렛대로 돌파구 찾는다 [日 경제보복 일파만파]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11 17:36

수정 2019.07.11 17:36

강경화 장관, 폼페이오와 통화..폼페이오 "한국 입장 이해한다"
김현종 안보실 2차장 워싱턴행..상·하원 만나 중재 요청 나설 듯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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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대미 접촉을 늘리고 있다. 한·미·일 3국의 공조를 동아시아의 기본적 외교정책으로 삼고 있는 미국을 지렛대 삼아 한·일 관계를 '외교적 해법'으로 풀려는 정부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11일 외교부에 따르면 에티오피아를 방문 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 사진)은 10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전화해 악화된 한·일 관계를 외교적 해법으로 풀겠다고 밝혔다. 이에 폼페이오 장관은 한국의 입장을 이해한다면서 한·미·일 공조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오른쪽 사진)도 미국에 도착, 워싱턴DC 덜레스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백악관, 미 상·하원 인사들과 한·미 간 이슈를 논의하러 왔다"면서 '일본의 수출규제와 미국의 중재에 대해 논의하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실무급도 나서고 있다.
미국에 도착한 김희상 외교부 양자경제국장도 마크 내퍼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와 만나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의 문제점을 설명할 예정이다.

정부가 한·일 관계를 외교적으로 풀기 위해, 일본과 직접적인 소통보다는 우회로인 미국을 접촉하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진 한·일 양국의 문제를 '한·미·일'이라는 큰 틀에서 접근해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인 셈이다.

미국의 동아시아 외교정책에서 한·미·일 3국의 긴밀한 공조는 중국과 북한 등 미국의 '파트너가 아닌' 국가들을 견제하고 대전략인 '인도·태평양전략'을 추진하는 데 필수적이다. 우리 정부가 미국으로 달려가는 배경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는 한·일 관계가 본격적인 대결국면에 접어들어 '열전(熱戰)' 양상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일본과 대화를 하는 정공법으로는 상황을 진전시킬 수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고려된 정부의 역발상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5대 그룹을 포함한 국내 대기업 총수들과의 대화에서 "정부는 외교적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일본 정부도 이에 화답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의 부당한 조치에 단호하게 대응하겠지만 관계 회복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난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한·일 관계를 돌이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현재 한·일의 대결양상은 심각한 수준이고 미국의 중재론도 같은 이유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 상황에서 한·일 양국의 정상·외교장관·실무 등 각급의 대화가 열린다고 해도 상호간 입장차만 확인한 채 실질적 진전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립이 감정적 양상으로 흐르는 만큼 두 나라가 어떤 이야기를 해도 진전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최은미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일 양측의 대립이 첨예하게 전개되고 있는 현 단계에서 일본과 협의가 이뤄지더라도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정상회담을 한다고 해도 이번 격앙된 사회적 분위기를 '톱다운' 방식으로 누를 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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