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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정부에 찍힐라" 몸사리는 日기업… 이재용 日출장길 ‘고군분투’[日 경제보복 일파만파]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11 17:36

수정 2019.07.11 17:36

닷새 지나도 현지 일정 깜깜이.. 대형은행·공급처 만났을 가능성
만남 밝혀질땐 日정부서 압박..상호간 극비리에 물밑접촉 예상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품목 수출규재로 일본 출장길에 오른 이재용 부회장의 현지 행보가 좀처럼 알려지지 않으면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일본 전문가들은 아베 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무역보복이라는 초강경 조치를 강행한 상황에서 이 부회장과 접촉한 일이 공개되면 정부에 눈엣가시가 되거나 '집단따돌림(이지메)' 당할 가능성이 높아 상호간 극비리에 물밑접촉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11일 재계와 일본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7일 민항기를 통해 일본 출장에 나선 이 부회장은 체류 닷새째인 이날까지 현지 일정이나 동선이 일절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단지 일부 일본 매체들은 지난 10일 이 부회장이 미쓰비시 UFJ파이낸셜그룹 등 3대 대형 은행 관계자들과 면담했다고 보도했지만 확인된 바는 없다. 삼성전자 측도 "이 부회장의 일본 일정은 전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국내 경제계에선 이 부회장이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 등 일본 주요 기업의 최대주주인 메가뱅크(대형은행)를 통해 일본 정·재계를 우회 설득하려 한다는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또 일부 현지 매체들은 이 부회장이 제재품목인 포토레지스트(감광제)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공급사인 스미토모화학이나 차량용 반도체 부품 공급사인 우시오전기, 미쓰비시상사 등과 회동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스미토모화학은 고 요네쿠라 히로마사 회장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시절 웨이퍼 생산 합작사를 설립하는 등 깊은 인연이 있다. 우시오전기나 미쓰비시상사는 아베 총리의 친인척들이 운영하는 회사다.

또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 공급처인 스텔라, 모리타, 쇼와덴코 등과의 접촉설도 나돌고 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일본 일정과 관련된 소식들은 추정에 가깝다는 게 일본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신각수 세토포럼 이사장은 "이 부회장과 접촉한 일본 기관이나 기업들이 노출되지 않는 건 당연하다"며 "만약 노출되면 즉각 일본 정부의 인터벤션(간섭)이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일대사를 지낸 신 이사장은 "일본은 이런 이슈가 발생하면 민관이 일치단결해 대응하는 체제"라며 "심지어 한국과 우호적인 일본경제인연합회조차 정부의 제재조치 지지를 공개적으로 밝힐 정도인데 아무리 삼성 총수라고 하더라도 접촉 사실을 알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장은 "지금 일본 내에서 한국 기업인과의 개별접촉은 노출 자체가 위험한 일"이라며 "그만큼 일본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정부와 기업의 관계가 수직적으로 정립돼 있다"고 전했다.
제 단장은 "이는 사무라이와 지방분권 시대부터 내려오는 '나를 보호해주면 믿고 따른다'는 문화적 배경이 첫 번째 이유"라며 "또 1970~1980년대 지금의 미·중 분쟁처럼 미국에 호되게 무역보복을 당한 경험을 통해 민관이 유기적 대응체계를 견고하게 구축한 것도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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