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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한국인이 혼인파탄 주된 귀책사유 땐 결혼이민 체류기간 연장해야“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10 05:59

수정 2019.07.10 05:59

대법 “한국인이 혼인파탄 주된 귀책사유 땐 결혼이민 체류기간 연장해야“
외국인이 한국인 배우자의 주된 귀책사유로 이혼한 경우에는 결혼이민 체류기간을 연장해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외국인이 혼인이 파탄되는 과정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더라도 ‘주된’ 책임이 한국인 배우자에게 있었다면 인도주의적 측면에서 국내에서 계속 체류할 수 있도록 허용해줘야 한다는 취지다.

최근 한국인 남편이 베트남 아내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하는 영상이 공개되며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나온 이번 판결에 대해 법조계는 배우자의 부당한 대우로 이혼을 했는데도 출신국으로 추방당할 위기에 처한 결혼이주여성의 인권을 사법부가 전향적인 자세로 보호했다고 평가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베트남 국적의 여성 N씨가 “체류기간연장을 불허가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서울남부출입국관리사무소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2015년 7월 한국인 J씨와 혼인신고를 마치고 그해 12월 결혼이민(F-6) 체류자격으로 한국에 입국한 N씨는 이듬해 7월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2017년 1월 “두 사람은 이혼하고, J씨는 N씨에게 위자료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고,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2017년 5월 N씨는 출입국관리사무소에 혼인 단절자 체류자격으로 체류기간 연장 허가신청을 했지만 ‘배우자의 전적인 귀책사유 발견할 수 없음 등’을 사유로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

N씨는 “J씨와 혼인 후 임신을 했지만 시어머니의 부당한 대우로 태아를 유산했고, 시어머니가 내쫓아 집에서 나오게 된 뒤 J씨가 보살피지 않았다”며 “J씨의 전적인 귀책사유로 이혼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은 결혼이민(F-6) 체류자격 중 하나로 ‘국민의 배우자와 혼인한 상태로 국내에 체류하던 중 그 배우자의 사망이나 실종, 그 밖에 자신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정상적인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람으로서 법무부장관이 인정하는 사람’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재판의 쟁점은 외국인인 N씨에게 혼인파탄의 귀책사유가 없음을 N씨가 증명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1·2심은 이혼 판결문에 혼인관계의 파탄에 있어 J씨에게 ‘전적인’ 귀책사유가 아니라 ‘주된’ 귀책사유가 있다고만 판시돼 있고, 혼인파탄의 경위 및 책임의 정도 등을 참작해 정한 위자료 액수도 100만원에 불과한 점에 주목했다. 이를 근거로 “N씨에게 혼인파탄에 대한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우선 “부부 간 혼인파탄이 어느 일방의 전적인 귀책사유에서 비롯됐다고 평가할 수는 있는 경우는 현실적으로 드물거나 많지 않다”며 “결혼이민 체류자격 규정을 엄격하게 해석 한다면 외국인 배우자로서는 우리 민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혼인관계를 적법하게 해소할 권리를 행사하는 것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게 되고 국민인 배우자가 이를 악용해 외국인 배우자를 부당하게 대우할 가능성도 생길 수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결혼이민 체류자격 요건인 ‘자신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정상적인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람’이란 ‘자신에게 주된 책임이 없는 사유로 정상적인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람’ 즉 ‘혼인파탄의 주된 귀책사유가 국민인 배우자에게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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