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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경기둔화가 유로존에 긍정적? 재정 풀어 경기부양 기대감 높여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08 18:17

수정 2019.07.08 18:24

디지털경제 전환·전기차 지원 등 독일재계 목소리 높아 변화 감지
내년 공공투자 400억유로 ‘최대’
獨 경기둔화가 유로존에 긍정적? 재정 풀어 경기부양 기대감 높여

독일 경기둔화는 독일의 통화정책·재정정책 반대 여론을 잠재워 장기적으로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독일의 반대가 그동안 경기둔화에 대한 유로존의 대응을 우유부단하며 뒤늦은 것으로 만들어온 적이 많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유로존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1을 차지하는 독일 경제 둔화는 단기적으로는 유로존에 부정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이같은 긍정적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고 전했다. 수출이 GDP의 47%에 이르는 독일 경제는 유로존 국가 가운데 세계경제 둔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 따른 불확실성,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 등 최근 외부요인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국가다. 올 3월까지 1년간 유럽 주요국 성장률을 보면 독일은 이탈리아를 제외한 모든 유럽국가에 비해 뒤처져 있다.

스페인이 2.4%, 브렉시트 혼란을 겪고 있는 영국도 1.8% 성장한데 반해 독일은 0.7% 성장하는데 그쳤다.


그동안 탄탄한 독일 경제의 주춧돌이던 노동시장도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역설적이게도 통화·재정정책을 통해 경기둔화 고통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독일 내에서도 이제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음을 시사한다.

독일 내에서는 벌써부터 그동안 쌓아 둔 재정흑자를 동원해 디지털 경제 전환, 핵심 산업인 자동차 산업의 전기차 투자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높아지고 있다. 독일 재계는 디지털 경제 전환에 필수적인 초고속인터넷망 공공투자를 촉구하고 있다. 경기둔화는 여론 흐름을 바꾸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코메르츠방크 수석 이코노미스트 회르그 크레이머는 "경기 하강 흐름 덕에 정책 담당자들이 국민들에게 독일의 재정부양 필요성을 확신시키는 것이 쉬워졌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 관계자들은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외부 조언에 그동안 강한 거부감을 보여왔지만 올들어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유럽중앙은행(ECB)내 대표적인 매파로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 총재인 옌스 바이트만은 올들어 ECB의 추가 완화 정책을 2번 모두 지지했다. 바이트만 총재는 2016년 초반에는 ECB의 양적완화(QE)를 강하게 반대한 바 있다.

바이트만의 태도 변화는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와, 그 뒤를 이을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좀 더 편안하게 QE를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토대가 될 전망이다.

재정정책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정부는 조심스럽게 지갑을 열고 있다. 투자보다는 국채 상환에 열을 올렸던 독일 정부는 내년 공공투자 규모를 2014년 250억유로의 배에 가까운 400억유로로 높여 잡았다. 사상최대 규모의 공공투자가 된다.

재정정책 효과도 좋을 것으로 기대된다. 베렌베르크은행 런던의 홀거 슈미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재정정책이 올해 독일 경제성장률을 최대 0.7%포인트 끌어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일의 재정정책 태도 변화는 통화정책 실탄이 바닥난 ECB를 대신해 유로존 경제부양의 주축을 재정정책이 담당할 수 있게 됐음을 시사한다.
ECB는 기준금리를 이미 마이너스 상태로 떨어뜨린데다 웬만한 우량국채는 거의 사들여 더 사들일 국채가 그다지 남이 있지 않은 상태다.

이때문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은 재정정책을 통해 경제를 되살릴 것을 촉구해왔다.
결국 독일의 경기둔화는 장기적으로 여론 변화를 몰고 오면서 지난 5년간 재정흑자를 쌓아 온 독일을 중심으로 유로존 각국이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에 나설 토대를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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