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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소재 확보·日정부 우회설득… 이재용 ‘숨가쁜 행보’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08 17:18

수정 2019.07.08 17:18

日 거래처와 만나 대책 논의..해외공장 우회공급 요청한 듯
소니·파나소닉 등 공조 요청..정계인사와의 접촉은 피한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7일 저녁 서울 하늘길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7일 저녁 서울 하늘길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일본발 반도체 생산 위기에 직면해 일본으로 급하게 건너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수출제재 대상인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확보'와 전자업계 고객사 등을 활용한 '일본정부 설득'이라는 투트랙 대응전략으로 돌파구를 마련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반도체 생산 차질을 막기 위한 단기적 해법 마련과 일본 주요 고객사들의 직간접적 피해 우려를 전달해 이번 사태 확산을 최소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현지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다.

8일 재계와 삼성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저녁 김포공항에서 민항기로 일본 출장길에 오른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부터 현지 주요 거래처들과 만나 수출제재 동향과 대책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재고 확보가 급선무인 반도체 세정·식각재료인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와 기판용 포토레지스트(감광재) 기업 관계자들과 만나 수출제재 상황의 심각성을 확인하고, 해외 공장에서 우회공급하는 방안을 요청한 것으로 관측됐다.


실제로 일본 대표 경제매체인 니혼게이자이는 이날 "이 부회장이 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피하기 위해 거래처 기업 고위급을 만나 일본 이외 공장에서 한국으로의 조달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에칭가스 공급사인 일본 스텔라 측과 접촉해 대만이나 싱가포르 공장 물량을 대체조달하는 방안을 요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일명 '불산'으로 불리는 에칭가스는 고농도 독성화학물질이라 장기간 보관이 어려워 재고 현황이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부회장이 일본업체에 최우선으로 에칭가스 우회공급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핵심공정인 노광작업에 쓰이는 포토레지스트 공급사인 TOK와도 접촉했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관계자는 "일본 공급사들이 이 부회장의 요청을 받더라도 정부 압박 때문에 해외공장 우회공급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일본정부가 수출제재 조치를 완화하는 것만이 단기대책"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부회장은 소니, 파나소닉 등 삼성전자 부품을 사용하는 일본 주요 전자업체들과도 만나 수출제재에 따른 후폭풍도 전달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소니의 경우 엑스페리아 스마트폰과 TV 제품에 삼성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과 메모리 반도체 대부분을 공급받고 있다"며 "이번 수출제재 품목들은 소니 제품 생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 부회장이 공동대책을 요구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 부회장이 일본 정계 인사들과의 접촉은 피했을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경제단체 고위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게이오대 석사 출신이고,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은 와세다대를 졸업하는 등 일본 정계와도 폭넓은 인맥을 쌓아왔다"면서도 "현 상황이 외교적 문제에서 촉발됐다는 점에서 기업인이 정치 영역까지 개입하는 건 자칫 위험할 수 있다"고 밝혔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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