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주영 칼럼]

잊혀진 구조개혁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08 17:08 수정 : 2019.07.08 17:08

긴 불황에도 탈출구 못찾아
재정·저금리 중독 벗어나야
해법은 공공·노동·산업개혁

한 달여 전만 해도 정부와 한은의 경제전망은 낙관론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한은에서 1·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발표가 나오자 시장에서는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별로 개의치 않는 분위기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언론과의 대담에서 "올 하반기에 성장률이 2% 중·후반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아직은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올 하반기에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 예상이 빗나갔다. 기획재정부는 지난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예상 성장률을 2.4~2.5%로 낮췄다. 여기에는 '추경과 투자활성화 정책이 효과를 거둘 경우'라는 전제가 달려있다. 정책이 차질을 빚기라도 하면 추가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 외국 전망기관들은 이미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대표적인 곳이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로 낮췄다. 국제신용평가사가 성장률 전망치를 한꺼번에 0.5%포인트나 떨어뜨린 경우는 드물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도 비관적 전망에 체중을 실었다.

정부의 안이한 판단이 문제였다. 경제가 조금 나빠지더라도 재정과 금융을 동원해 돈을 풀면 금방 회복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돈 풀어 경기를 반짝 살려보려는 손쉬운 대책에만 매달렸다. 이 점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는 동안 구조적 문제 해결이 늦어졌다. 재정과 통화정책의 효과가 갈수록 무뎌졌다. 환자에게 항생제를 자주 쓰면 내성이 커져 약발이 받지 않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한국 경제는 만성적 재정중독과 저금리중독에 시달리고 있다.

경제성장은 두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생산요소의 투입량(총노동시간)과 생산성(단위시간당 생산량)이다. 둘 중 어느 쪽에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성장전략이 달라진다. 우리는 지금까지 주로 양을 늘리는 방식을 택해왔다. 그러나 노동 투입량을 늘리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양적 성장은 저출산 때문에 물리적으로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 삶의 질을 추구하는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와도 부합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의 대안은 하나뿐이다. 생산성을 높이는 길이다. 생산성을 높이려면 구조개혁이 불가피하다.

문재인정부는 양적 성장을 추구하지 않았다.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고, 근로시간을 줄이는 정책을 폈다. 이런 정책들은 양적 성장전략과 배치된다. 노동 투입량 증가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장기적으로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인 것은 맞다. 그러나 문제는 질적 성장도 추구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질적 성장이란 일하는 시간을 줄이면서도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다. 노동의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이것은 개인이나 개별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 정책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다. 노동의 효율을 높이려면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 공공·노동 부문 등 기존 제도와 관행에 숨어있는 비효율을 제거해야 한다. 신산업을 개발해 4차 산업혁명에 맞는 방향으로 산업구조도 바꿔야 한다. 이런 작업이 시급하다.

질적 성장의 핵심은 구조개혁이다. 나는 문재인정부가 구조개혁을 언급하는 것을 별로 들어본 기억이 없다. 우리 경제가 양적 성장 과정을 졸업했는데 질적 성장 단계로 진학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이 부분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 벽에 부닥친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 구조개혁에 나서주기 바란다. 성장이 없으면 분배도 없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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