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결혼이주여성 쥐고 흔드는 한국인 남편의 '신원보증'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08 15:26

수정 2019.07.08 15:28

-비자연장, 영주권 신청 등 위해서 남편 신원보증 여전히 필수
-여성폭력 처벌 수위 낮은 사회적 분위기도 한 몫
베트남 국적 아내를 폭행한 A씨(36)가 8일 오전 광주지법 목포지원에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사진은 A씨가 아내를 폭행하는 동영상 장면.(SNS 캡처) /사진=뉴스원
베트남 국적 아내를 폭행한 A씨(36)가 8일 오전 광주지법 목포지원에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사진은 A씨가 아내를 폭행하는 동영상 장면.(SNS 캡처) /사진=뉴스원

한국말이 서툴다는 이유로 이주 여성이 남편에게 폭행당하는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이주여성에 대한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갑룡 경찰청장도 이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서 철저한 수사와 피해회복을 약속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8일 입장문을 내고 "결혼이주여성은 제도적으로 한국인 배우자에게 종속될 수밖에 없는 상태"라며 "불안정한 체류와 관련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센터는 "체류 연장, 귀화와 같은 결혼이주여성 체류에 있어서 배우자의 조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일부 한국인 배우자들은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통제의 수단으로 불안정한 체류 지위를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이주여성이 계속 한국에 체류하기 위해서는 한국인 남편의 신원보증이 있어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1년 이주 여성이 국내 체류 연장 허가를 받을 때 한국인 배우자가 신원보증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는 출입국관리법 시행 규칙을 삭제해 달라고 법무부에 요청했다. 이에 따라 해당 규정을 폐지됐지만 비자 연장이나 영주권 신청 등을 할 때는 여전히 신원보증이 필수적이다.

강혜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공동대표는 "이주여성이 독자적이고 안정적인 체류권을 확보하기 힘들기 때문에 배우자의 절대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권력 차이는 굉장히 크게 날 수밖에 없고, 한국 정부가 국제결혼 한 한국인 배우자에게 그 권력을 쥐어준 셈"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사회 여성 폭력에 대한 낮은 처벌 수위도 지적했다. 센터는 "여성 폭력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용인될 수 없다는 사회적 경각심이 있어야 이주여성에 대한 폭력도 민감도가 형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민갑룡 경찰청장도 유감을 표명했다. 민 청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청사에서 열린 또 람 베트남 공안부 장관과의 치안총수 회담에서 "최근 한국 내에서 발생한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가정폭력사건이 발생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철저한 수사와 피해자 회복을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7일 전남 영암경찰서는 한국인 A씨(36)에 대해 특수상해,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지난 4일 베트남 출신 아내 B씨(30)를 영암군 자신의 집에서 주먹과 발, 소주병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B씨는 한국말이 서툴다는 이유로 남편에게 폭행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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