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청와대

대기업 총수 만나는 靑, 이유는…총력대응 메시지·정책기조 변화

뉴스1

입력 2019.07.07 17:38

수정 2019.07.07 17:38

홍남기 부총리와 김상조 정책실장. 2018.10.25 민경석 기자
홍남기 부총리와 김상조 정책실장. 2018.10.25 민경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서울=뉴스1) 김현철 기자 = 청와대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대기업 총수들을 잇따라 만나면서 공정경제를 중심으로 기업을 옥죄던 기조에 변화가 생긴 것인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우선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주무부처 대응을 뒷받침하면서 기업들과 직접 만나는 '물밑 접촉'으로 대응 기조를 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초반 '로키'(low-key, 절제된)의 간접 대응 수준에서 한 단계 강화된 대응이다.

또 외교적 갈등을 증폭시키기 보다는 더 적극적으로 우리 기업을 챙겨 정부가 총력 대응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하기 위한 의도도 엿보인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7일 "홍남기 부총리 및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이날 주요 기업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통해 대외 경제상황의 불확실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향후 적극적으로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공식적인 언급은 자제하면서 일일이 기업들을 만나 규제 조치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는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문 대통령은 오는 10일 국내 30대 대기업 총수 등 주요 기업인을 초청해 규제조치와 관련한 현안을 논의하는 일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일정 역시 청와대는 현재까지 확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다.

이처럼 청와대가 적극적으로 기업 챙기기에 나선 것은 취임 후 2년동안 공정경제를 앞세워 기업들을 옥죄던 모습에서 벗어나 정책기조에 변화가 감지되는 부분이다.

김상조 정책실장도 지난달 21일 공정거래위원장 이임식에서 "내가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가면 왜 기업 기를 꺾는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며 "기업들이 우려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어 "(기업에서 하는 말을) 충분히 듣고 협의하고,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갈 것"이라며 "이게 기업들에 가장 우호적인 환경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정책기조 변화는 기재부가 최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도 엿보인다.

그동안 경제정책방향에서 Δ일자리·소득 Δ혁신성장 Δ공정경제 등을 내세웠다면 이번 하경방에서는 사람중심 경제와 소득주도성장은 자취를 감추고 투자지원 등 기업중심으로 경제정책의 포커스가 맞춰졌기 때문이다.

일본과 각별한 인맥을 맺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문재인 정권 들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도 청와대가 주도적으로 움직이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전경련이 제 기능을 하던 시절에는 일본과 국내 주요 그룹의 연결 창구 역할을 했지만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건으로 국내 4대 그룹이 일제히 전경련에서 탈퇴했다.

결국 전경련의 연결고리가 무색해져 청와대가 기업들과의 만남에 주도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외에도 청와대가 기업들과의 소통에 나서는 것은 문 대통령의 직접 대응은 최후의 보루로 남겨놓고, 먼저 더 적극적으로 우리 기업을 챙기는 등 정부 차원에서 총력 대응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직접 전면에 나설 경우 정치적 이해관계와 맞물려 여파가 기업에 실질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진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이 중국의 보복으로 막대한 손실을 경험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손놓고 있다가 외교 이슈가 경제로 옮아왔다는 인식을 막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일본의 규제 조치가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갈등 구도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드러난 상황에서 이에 말려들지 않고 대처하겠다는 배경도 엿보인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