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日 제재 장기화땐 반도체 치명상… 파트너社 만나 '공멸' 설득[일본 간 이재용]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07 17:24

수정 2019.07.07 17:24

이 부회장, 현지서 직접 상황 점검..NTT·KDDI 등 日기업 신뢰 탄탄
日업계에 미칠 파장 등 어필할 듯..귀국후엔 靑서 문 대통령 간담회..정부-재계 공조방안에 집중할 듯
日 제재 장기화땐 반도체 치명상… 파트너社 만나 '공멸' 설득[일본 간 이재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수출제재 때문에 일본 출장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 부회장은 오는 10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할 예정이라 이 자리에서 일본의 제재 관련 입장을 직접 전달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민항기를 통해 일본 출장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이 부회장은 최근 일본 정부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제재 이슈 때문에 급히 일본행을 결정했으며, 현지 경제인들과 만나 현황 점검과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1일 일본의 수출제재 조치가 발표된 직후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김기남 부회장을 비롯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사업 경영진과 수차례 대책회의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삼성 측은 이 부회장의 일본 출장과 관련해 "일정을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부회장이 일본 출장을 결정한 건 현 상황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본이 반도체 세정과 식각 작업에 사용되는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와 반도체 기판 제작에 쓰이는 포토리지스트(감광제), 플렉시블스마트폰 디스플레이부품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대 핵심품목의 한국수출 규제 강화를 공식화하자 삼성전자가 최대 피해자로 떠오른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확보한 에칭가스와 포토리지스트 재고물량으론 길어야 석 달도 버티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사태가 장기화되면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 이 부회장이 직접 일본행을 결심한 게 아니겠느냐"고 관측했다.

다행히 이 부회장은 최근 일본과의 협력관계 강화에 집중해왔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출소 이후 알려진 것만 2차례 일본을 방문했고 지난 5월에도 도쿄에서 현지 양대 이동통신 사업자인 NTT도코모, KDDI의 경영진을 만나 5G 협력 강화 등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노력했다.

최근 방한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의 회동에서도 현 상황에 대한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이 현지 출장에 나설 경우 삼성전자의 반도체사업 차질을 넘어 한국산 반도체에 의존하는 일본 전자업계에 미칠 파장 등을 현지 파트너사들에 강하게 어필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런 가운데 오는 10일 문 대통령과 주요 그룹 총수 간 간담회 일정이 검토 중이다. 따라서 이 부회장이 일본 출장을 서둘러 다녀온 뒤 청와대 간담회에 참석해 현지 분위기를 생생히 전달하는 자리가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삼성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번주가 일본의 무역보복과 관련해 삼성을 비롯한 해당 기업들과 정부 간 대응책을 마련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기업으로서는 정부가 강대강 입장보다는 외교적 대화 노력 등을 통해 이번 사태를 조속히 해결해주길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이번 일본의 경제제재 조치로 직접적인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그룹 외 다른 그룹 총수들도 일본 제재에 따른 위기 극복을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
일본의 제재조치가 확대될 경우 피해가 예상되는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부회장, SK하이닉스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SK그룹 최태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