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불편한 타협 앞둔 베네수엘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05 17:52 수정 : 2019.07.05 17:52
베네수엘라에 대통령이 2명이 된 지 벌써 163일이 지났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퇴진을 외치며 스스로 대통령을 선언했던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줄기차게 마두로 진영을 공격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고, 마두로는 과이도와 반(反)정부 세력의 힘이 빠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 와중에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남미 주변국들은 무너지는 베네수엘라를 바라보며 넘쳐나는 난민과 복잡하게 얽혀가는 지역정세에 신물이 났다. 과연 베네수엘라 사태는 어떻게 마무리될까.

미국 싱크탱크인 외교협회(CFR)는 지난달 베네수엘라의 미래에 대한 몇 가지 시나리오를 내놨다.
우선 최악의 상황은 국가붕괴다. 과이도가 이끄는 국회 집계에 의하면 베네수엘라 물가는 지난 5월까지 1년간 81만5194% 올랐으며 경제는 올해 1·4분기에 40%, 마두로가 처음 당선된 2013년 이후 63% 위축됐다. 그 결과 2015년부터 지난달까지 베네수엘라 인구 15%에 해당하는 400만명이 생필품과 직업을 찾아 고국을 떠났다. 의료와 수도, 전기 같은 공공서비스도 망가졌다. 마두로 정부는 지난 3월부터 간헐적으로 이어지는 정전사태에도 불구하고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낡은 전력망을 고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치안도 엉망이다. 마약 카르텔과 친·반정부 준군사조직이 활개를 치면서 콜롬비아와 접한 북서부 술리아주의 마약반출 규모는 2017년부터 1년간 50% 뛰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콜롬비아의 좌익 반군인 민족해방군(ELN)까지 국경을 넘어와 베네수엘라 영토의 약 절반에 걸쳐 활동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만약 국가체계가 무너지는 상황까지 이른다면 베네수엘라가 군벌 및 마약상, 테러단체의 보금자리가 된다고 보고 있다.

물론 과이도 진영 시위대가 주변국의 지원과 군부의 묵인하에 더 조직적으로 시위를 벌여 평화적으로 마두로의 항복을 받아낼 수도 있다. 그러나 군부는 지난 4월 30일 과이도 진영이 주도한 군사봉기 당시 여전히 마두로를 지지했다. 과거 우고 차베스 정권의 좌파 이념을 지지하고, 그 혜택을 누렸던 차비스타(차베스 지지자)들은 미국과 손잡은 과이도 진영을 제국주의 앞잡이로 규정하고 차베스의 후계자인 마두로를 굳건히 따르고 있다. 그 결과 민주화를 둘러싼 갈등은 외세에 대항하는 민족주의 투쟁처럼 변질됐다. 미국과 과이도 진영은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마두로를 제거한다면 쿠데타 세력에게 사면권을 주고, 권력을 넘겨받아 과도정부를 구성하는 시나리오도 염두에 뒀지만 현재 군부의 태도를 보면 가능성이 낮다.

가장 그럴듯한 미래는 과이도 진영과 마두로 진영이 적당히 타협하는 것이다. 두 진영은 지난 5월에 노르웨이의 중재로 2차례 대화에 나섰으며 러시아의 알렉산더 슈에티닌 베네수엘라 특사는 지난달 양측이 "미약하나마 정치·외교적 해결을 위한 기회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사실 두 세력은 더 이상 상대방을 몰아칠 여력이 없다. 과이도는 4월 봉기 실패 이후 마두로 정부의 꼭두각시인 제헌의회에 면책특권을 빼앗겼다. 아울러 지난달에 과이도 진영 인사 2명이 국제사회의 기부금을 횡령하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보도에서 과이도를 지지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봉기 실패 이후 베네수엘라 상황에 흥미를 잃었다고 주장했다. 마두로 진영도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달 미국 언론들은 그가 국고에 보관된 금 7.4t을 아프리카로 빼돌렸다고 전했다. 마두로를 지원하던 러시아 인력들도 대부분 귀국길에 올랐다. 이달에는 마두로 암살기도 혐의로 체포된 과이도 진영의 해군 대위가 고문 끝에 죽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예상된다.

pjw@fnnews.com 박종원 글로벌콘텐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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