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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로] 성장의 추억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04 18:01

수정 2019.07.04 18:01

[윤중로] 성장의 추억
높은 경제성장률, 오르는 자산가격, 풍요로운 삶은 1980년대와 1990년대 한국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일들이었다. 2019년 7월 현재 연 1%대 후반인 은행 예금금리는 고도성장기에는 20%대에 달했다. 그 시절 열심히 일해 모은 돈을 은행에 예금만 하면 목돈이 됐고, 투자자산은 불어났다.

정부는 지난 3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2.5%로 제시했다. 기존보다 0.2%포인트 낮췄다. 6개월 만의 하향조정이다.
수출급감에다 설비투자, 소비까지 얼어붙어 하향조정이 불가피했다고 한다. 인구구조와 산업구조 등이 1980~1990년대와 달라 경제의 고도성장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사실을 인식하곤 있지만 성장시대가 그리운 것은 사실이다.

저성장을 받아들여야만 한다면 문제는 성장곡선이다. 장기침체나 단기침체 후 성장성을 회복이냐 하는 게 관건이다. 성장률 곡선이 'L'자를 그린다고 한다면 10년 이상 경제규모가 제자리걸음을 한다는 의미다. 최근 대학, 연구소, 기업을 총망라한 공학분야 최대 석학단체인 한국공학한림원의 설문조사 결과는 장기침체에 방점이 찍힌다. 회원 261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 산업의 미래 발전전략'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한국 경제가 급격한 저성장세로 돌아선 뒤 장기간 고착되는 'L자형 장기침체'를 80.8%가 예상했다. 5~10년 침체 후 'V'자로 반등할 것이란 응답은 16.1%에 그쳤다.

석학들의 전망은 우리가 막연히 예상했던 저성장이 현실이 된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가 과거와 같은 높은 성장을 지속할 수 없는 것은 수출주도 경제가 이어질 수 없는 선진국형 경제단계로 전환되는 시기여서다. 과거 높은 성장률은 수출이 매년 두자릿수로 늘어나면서 경제규모를 늘려나가는 구조였다. 예를 들면 수출이 10% 늘어나고, 내수가 2% 정도 받쳐주면 경제성장률 6% 정도를 기록하게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올 들어 수출은 7개월째 감소세다. 만약 이 같은 추세가 이어져 수출이 0%대를 기록한다고 하면 내수가 3% 늘어도 성장률은 2% 안팎에 머물 수밖에 없다.

1990년대 외환위기 때 한국 경제는 일시적 저성장을 겪었다. 저성장이 낯설다. 저성장의 폐해 또한 경험해 보지 않았다. 가장 큰 우려는 고용문제다. 성장은 곧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여기서 지속성에 한계가 있는 정부 재정지원 단기성 일자리는 빼야 한다. 내수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정책을 적극 펴야 한다.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들도 한국에 투자하게 만들어야 한다. 수도권 규제완화와 원격의료 도입, 고비용·저효율 노동구조 개선 등의 과제를 풀어야 한다.

서비스산업 혁신전략이 과감히 시행돼야 한다. 낙후된 서비스산업 육성 필요성은 하루이틀 된 이야기가 아니다. 저성장에 따른 고용위축을 타개하기 위한 최고의 무기는 서비스산업 육성이다. 실제 한국의 서비스산업은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 영국, 일본 등에 비해 훨씬 낮다. 제조업의 4배에 달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는 국내 서비스산업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은 지난 2011년 발의됐지만 9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성장의 추억은 찐하다. 하지만 한국의 경제·사회 여건은 저성장 속에서도 고용둔화의 해법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성장의 추억을 뒤로하고 '양질의 저성장'을 위한 정책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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