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경찰, 고강도 비리 근절책 내놨지만…'사후약방문' 언제까지

이병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04 14:54

수정 2019.07.04 14:54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경찰이 유착 비리 논란이 불거진 강남권 경찰서(강남·서초·송파·수서)를 정조준해 강도 높은 근절 대책을 발표했지만, '사후약방문'이란 비판이 나온다. 경찰은 최근 여러 사건에 대한 후속조치를 발표하고 있지만 이 같은 행태가 오히려 부실한 현 수사 체계를 자인하는 셈이나 다름 없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여론도 사건 관련 경찰관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경찰은 매 수사마다 "명운을 걸고 진상을 조사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반복되는 초동수사 미흡 논란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이 절실한 실정이다.

■'유착비리 근절책' 강남署 정조준
경찰청은 강남경찰서를 특별 인사관리구역으로 지정하고, 강남·서초·송파·수서경찰서 등 강남권 4개서에는 '반부패 전담팀'을 전담 배치하는 '유착비리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하반기부터 시행 예정이라고 4일 밝혔다.

특별 인사관리구역은 중대한 비위가 집중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지정된다.
관리구역으로 지정되면 5년간 별도 인사위원회를 통해 전출입 대상자를 정하고, 인력 최소 30%에서 최대 70%가 교체된다. 통상적인 인사 조치로는 한 경찰서에서 5년간 약 15%의 인력이 바뀐다.

1호 관리구역에 오른 강남서의 경우, 현재 700여명의 인력 중 최대 400여명이 교체 대상에 오르는 셈이다. 강남서에 대한 인사 방침은 하반기 경찰관 인사가 실시되는 오는 8월 전에 발표될 예정이다.

강남권에 전진 배치되는 '반부패 전담팀'은 유착비리 적발 시스템을 구축한다. 서울경찰청 소속 전담팀은 강남권역 경찰서의 수사·감찰·풍속 단속에 관여할 계획이다. 경찰 내부(감찰)와 외부(수사 및 풍속)의 유착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는 경찰의 설명이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청사에서 열린 전국지휘부 회의에서 "최근 '버닝썬 사건' 등으로 인해 국민께 많은 실망감을 안겨드렸다"며 "지휘부부터 각별한 위기의식과 경각심을 가지고 솔선수범해 달라"고 당부했다.

경찰의 부실수사·유착비리 관련 후속대책
항목 내용
‘정준영 2016년 불법촬영 사건‘ 진상조사 경찰, 휴대폰 압수 없이 부실 처리
‘진주 방화·살인사건‘ 현장조치 적정성 진상조사 반복된 신고에도 조치 미흡
‘비아이 마약 의혹‘ 재수사* 투약 의혹, 양현석 개입 의혹 재수사
‘고유정 사건 사건부실수사 의혹‘ 진상조사* 초동수사·압수수색 미흡 의혹 조사
경찰 유착비리 근절 종합대책 발표 강남권 경찰서 반부패 전담팀 배치 등
(*은 진행 중, 경찰청)

경찰이 고강도 대책을 내놓은 것은 최근 '버닝썬 사건'으로 인해 불거진 유착 파문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버닝썬 관련 유착 경찰관의 일부 혐의 입증에 실패하는 등 관련 의혹도 제대로 밝히지 못한 채 후속 조치에 집중하는 것은 '사후약방문'식 처방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후속'대책만…"초동수사 강화해야"
최근 경찰은 부실한 초동조사 논란이 있었던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발표와 후속대책을 연이어 내고 있다.

지난달에는 경찰은 '정준영 불법촬영 사건'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사건' 현장조치에 대한 각각의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를 통해 경찰은 정준영의 휴대폰을 압수 없이 부실하게 처리했으며, 진주 아파트 사건은 반복되는 신고에도 초동 조치가 미흡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가수 비아이(본명 김한빈·22) 마약 의혹을 재수사 중이며, 고유정 사건 부실수사 의혹은 진상조사팀을 제주도로 파견해 조사 중이다.

사건의 초기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경찰이 잇따라 부실수사 논란으로 인해 추가 진상조사에 들어가자 여론의 비판도 거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고유정 사건 부실수사 의혹에 대해 담당 경찰관을 징계·파면하라는 게시물이 1만8000여명의 공감을 얻기도 했다.
진주 아파트 사건에 대해서도 경찰의 책임 소재를 두고 논란이 인 바 있다.

경찰의 근본적인 초동 수사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국내는 경찰관 개인의 역량에 따라 초동수사 결과가 천차만별인 경우가 많다"며 "미국과 같이 팀 단위의 현장 출동을 제도화하거나, 현장 출동 경찰관들의 인사 기간을 보장해 능력을 강화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