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정당한 파업 이해" "아이 건강을 볼모로"…'급식대란' 이틀째

뉴스1

입력 2019.07.04 12:01

수정 2019.07.04 12:01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들어간 3일 오전 서울의 한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어린이들이 대체 급식으로 제공된 빵과 주스를 먹고 있다. 2019.7.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들어간 3일 오전 서울의 한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어린이들이 대체 급식으로 제공된 빵과 주스를 먹고 있다. 2019.7.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민선희 기자 =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에 올해 자녀를 입학시킨 박모씨(41·여)는 평소보다 빠른 오전 6시쯤 눈을 떴다. 아이 도시락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박씨는 빠르게 볶음밥을 준비해 통에 담았다. 그는 "맞벌이는 '폭탄맞은 꼴'"이라면서 "어차피 점심 한 끼라 크게 걱정은 안하지만 파업 장기화하면 걱정"이라고 말했다.


조리사를 포함한 전국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중 일부가 일손을 놓은지 이틀째인 4일 아침. 학부모들의 반응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파업을 해야만 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이해하는 분위기가 우세한듯하다.

파업으로 인해 서울의 공립유치원과 초·중·특수학교 중 105곳은 급식을 중단했고, 그중 77개교는 빵과 우유로 급식을 대체하고 있다. 학부모들도 소풍이나 현장학습 때 간간이 손에 들려보내던 도시락을 이틀째 꾸렸다.

평소보다 잠을 줄여야 하는 까닭에 부모들은 '피곤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일률적인 학교급식에서 벗어나 각양각색의 도시락을 먹게 된 자녀들이 기뻐하는 모습에 엄마들도 귀찮은 마음 한편으로 즐거운 기색을 감추지 않는다.

워킹맘 A씨는 주먹밥과 샌드위치, 체리를 담은 도시락을 쌌다. A씨는 "어제는 튀김도 넣었데 오늘은 간단히 쌌다"면서 "파업에 도시락을 싸는 어머니들 모두 화이팅"이라고 응원을 보냈다. 40대 정모씨(여)는 "친한 엄마들끼리 도시락 3개를 돌아가면서 싸기로 했는데, 오늘은 김밥을 보냈다"면서 "파업은 파업대로 의미가 있겠지만 엄마들한테도 생경한 경험"이라고 다소 우려했다.

직접 피부로 와닿는 급식사태에 학부모들은 조리사들을 포함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을 이해하고, 파업을 응원하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볶음밥을 싼 B씨는 맘카페에 "정당한 파업은 지지받아 마땅하고, 비정규직분들 원하는 바 이뤘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에서 '과하다' '학생들 건강을 볼모로 삼았다'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학부모 C씨는 "아이들 밥 가지고 거래한다는 느낌이 들어 좀…"이라면서 "맞벌이 부부는 많이 힘들 것 같다"고 비판했다.
양천구 목동에 사는 D씨는 "파업하는 사람들이 정년보장되는 무기계약직이라는데, 해고 위험도 없는 교육무기직을 정규직으로 바꿔 달라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민주노총과 손잡고 애들 밥을 볼모로 이런 짓을 하는 것은 마음에 안 든다"고 지적했다.

앞서 3일 광화문광장에서 총파업대회를 연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국 노동자는 4일부터 전국 각 지역으로 돌아가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Δ비정규직의 정규직화 Δ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 해소 Δ처우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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