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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미래 책임질 ‘두 여인’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03 18:06

수정 2019.07.03 18:06

ECB 총재에 라가르드·EU 집행위원장에 폰데어라이엔
‘비경제학도’ 라가르드
재무장관·IMF 총재 12년 거쳐 창의적인 통화정책 ‘최대 관건’
‘EU우먼’ 폰데어라이엔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동맹인 유럽의회 일부 반대 극복해야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마리오 드라기를 이어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로 지명됐다. 유럽연합(EU) 새 집행위원장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독일 국방장관이 맡게 됐다.

유럽의회 승인이 남아있지만 반대가 없다면 EU 출범 이후 처음으로 핵심 고위직 2개를 모두 여성이 차지하게 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EU 정상들은 2일(현지시간) 사흘간 이어진 격론 끝에 라가르드 ECB-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패키지로 합의를 봤다. 세계 경제·정치 상황이 급변하고, EU 내부적으로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불확실성, 금융위기 후유증, 미국의 보호주의와 중국의 경제적 지배력 확대에 따른 교역불확실성 등 안팎으로 난제가 겹겹이 쌓인 상황에서 여성 2명이 EU를 책임지게 됐다. 이날 합의는 만장일치에 가까운 것이었다고 FT는 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독일 연정파트너 일부가 폰데어라이엔을 반대함에 따라 표결에서 기권했다. 폰데어라이엔은 그러나 최종적으로 집행위원장이 되기 위해서는 유럽의회 일부의 반대를 극복하고 인준을 받아야 한다.

라가르드와 폰데어라이엔 외에도 EU 정상들은 차기 유럽정상회의 의장으로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를,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로는 호세프 보렐 스페인 외교장관을 밀기로 합의했다.

■비경제학도 ECB 총재

라가르드 IMF 총재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처럼 법학을 전공한 비경제학도다. 법무법인 베이커 매킨지 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통화정책 곁불이라고는 프랑스 재무장관 4년, 현 IMF 총재 8년을 통해 쬔 것이 전부다. 이때문에 라가르드는 ECB 총재보다는 집행위원장 가능성이 더 높아보였다.

반면 그가 쬔 통화정책 곁불은 매우 민감한 시기와 연결돼 있어 그 경험을 풍부하게 해줬다. 재무장관 4년은 세계 금융위기 초기로 그가 ECB를 이끄는데 큰 자산이 될 전망이다.

라가르드는 또 IMF 총재 때 ECB와 함께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구제금융에 참여한 경험도 있다. 그가 ECB 총재로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는 전통적인 경제학 이론이 잘 들어맞지 않는 최근 흐름에 맞춰 창의적인 통화정책을 내놓을 수 있느냐 여부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

IMF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의견을 모으고, 소통하는 라가르드의 능력이 드라기가 보였던 종류의 예지력있고, 창의적인 리더십을 대체하기에 적합할지가 최대 관건"이라고 말했다.

프라사드 교수는 "라가르드는 어떤 면에서는 ECB에 탁월한 선택이기도 하지만 통화정책 관련 학위나 금융시장 직접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는 의심스러운 것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라가르드는 2011년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을 대신해 급하게 IMF 수장을 맡았을 때 IMF내부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ECB 내부에서 이같은 점들로 인해 논란거리가 될 여지는 충분하다.

통화정책 전문지식이 없는 그로서는 필립 레인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비롯한 핵심 관리들에게 상당히 의존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FT는 전망했다.

■EU우먼 폰데어라이엔

차기 집행위원장으로 지명된 폰데어라이엔은 EU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EU우먼이라고 부를 수 있다. 아버지 에른스트 알브레히트는 당시 막 출범한 EU 기구에서 일했고 1960년대 후반에는 유럽경제공동체 내부시장·지역정책 집행위원 비서실장을 지냈다. 1958년 현재 EU본부가 자리하고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태어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은 1971년까지 그 곳에서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가르치는 유럽 특화학교인 '유럽학교'를 다녔다.
이후 독일에서 경제학을 공부했고, 영국에 유학해 런던경제대(LSE)에도 다녔지만 의대로 진로를 바꿔 산부인과를 전공했다.

그는 아버지가 총리를 지낸 독일 북부 니더작센주에서 정치경력을 쌓기 시작했고 2005년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가족부장관으로 발탁됐다.
메르켈 총리의 가장 확실한 정치적 동맹인 그는 2009년에는 노동장관, 2013년 국방장관 등 13년이 넘는 메르켈 내각에서 유일하게 장관직을 계속 이어간 인물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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