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불편했지만 대란은 없었다"…학교비정규직 총파업 첫날

뉴스1

입력 2019.07.03 17:14

수정 2019.07.03 17:14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들어간 3일 오후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이 빵과 에너지바 등으로 마련된 대체 급식을 먹고 있다. . 2019.7.3/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들어간 3일 오후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이 빵과 에너지바 등으로 마련된 대체 급식을 먹고 있다. . 2019.7.3/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총파업이 시작된 3일 울산시 북구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점심으로 도시락을 먹고 있다. 이날 파업으로 인해 학교 급식에 차질이 생기자 학생들은 도시락을 싸 오거나 대체음식으로 점심을 대신했다. 2019.7.3/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총파업이 시작된 3일 울산시 북구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점심으로 도시락을 먹고 있다. 이날 파업으로 인해 학교 급식에 차질이 생기자 학생들은 도시락을 싸 오거나 대체음식으로 점심을 대신했다.
2019.7.3/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3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7.3 민주노총 공공부문 비정규직노동자 총파업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비정규직 차별 철폐, 공공부문 정규직화, 처우개선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19.7.3/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3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7.3 민주노총 공공부문 비정규직노동자 총파업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비정규직 차별 철폐, 공공부문 정규직화, 처우개선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19.7.3/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전국종합=뉴스1) 사건팀 = "엄마가 도시락 싸줘서 소풍온 것 같아요." "노동자들 파업이 이해는 되지만 계속 도시락 싸야하는 건 불편해요."

사흘간의 학교비정규직 총파업이 시작된 3일, 전국의 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일부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지만 대체로 '맞벌이라 불편하기는 하지만 노동자들의 파업이 이해는 된다'며 비교적 담담하게 대처하는 모습이었다.

급신 대신 지급된 빵과 우유로 점심을 먹은 초등학생들은 "소풍을 온 것 같다"며 "왜 파업을 하는 거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일선 학교에서는 피해 당사자들의 이해 속에 우려하던 급식이나 돌봄 대란은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학부모 "환경열악 이해, 큰 불편 없어"…교사 "포용이 민주주의"

서울시 중구 소재 초등학교 앞 사거리 횡단보도에서 만난 A씨(40대·여)는 "(조리사들의) 환경이 열악해서 파업을 하고 있고 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교사와 학부모들은 대체로 이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당장의 불편함보다는 파업을 반대하기보다는 이해하려는 모습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B씨(40대)는 "예전에 급식실 견학을 가봤는데 그 (짧은) 시간에 많은 급식을 만들어주는 조리사들을 보고 힘들 거라고 생각했었다"며 "우리 아이들도 앞으로 커서 겪을 수 있는 일이라서 교육부도 처우를 개선해주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체육관에서 만난 초등학교 선생님 C씨(20대·여)는 "이 분(학교비정규직)들이 오늘을 파업기간으로 잡은 건 중고등학교가 시험기간이어서 그렇다고 들었다"며 "나름대로 배려한 셈"이라고 전했다.

'파업을 계속 해도 교사로서 괜찮냐'는 질문에눈 "이 분들의 생각이 옳든 그르든 이를 포용해주는 것이 민주주의"라며 "평소보다 불편하긴 하겠지만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말고사를 마치고 학교 바깥으로 나오던 성동고등학교 3학년 서성호 학생은 "급식 일을 하는 분들이 힘든 지 평소에 알지 못했고 복지가 잘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맞벌이 부부는 고충 많다"…평소와 다른 점심에 아이들 방긋

서울 은평구와 중구 등 일선 초등학교 점심시간, 평소와 달리 빵, 우유와 함께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군것질 거리가 식판에 담겨 있었다. 일부 학교에선 배식시간에 앞서 도시락을 포장해 학교 보안관에게 전달하는 학부모도 있었다.

급식 중단에 따른 불평이나 비판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강남에서 만난 초등학생 맞벌이 부모 박민욱씨(37·여)는 "맞벌이들은 고충이 많다"며 "학부모 카톡방에서 불만이 많이 나온다"고 전했다.

밥 대신 빵을 먹는 점심. 초등학생들은 부모님들의 걱정은 모르는 지 신기하다는 얼굴로 점심을 맞이했다.

은평구 소재 초등학교에서는 구청 소속 자원봉사자인 배식도우미들이 1학년생들에게 음식을 나눠줬다.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이 특식이라고 엄청 기대했었다"며 "평소와 달리 아이들이 잘 먹는다"고 말했다.

4명의 급식종사자가 332명의 학생들 점심을 준비하던 중구의 초등학교나 5명이 330명의 식사를 책임지던 은평구 초등학교, 7명이 1000명이 넘는 학생의 점심을 챙겨주던 강남구 초등학교에서 학생과 학부모, 교사 모두 다소 불편했지만 커다란 혼란은 없었다.

◇전국규모 파업 진행돼…맞벌이 학부모는 걱정, 학생은 해맑아

서울 외의 다른 지역에서도 사정은 비슷했다.

경기지역에서는 오전 9시 기준 전체 비정규직 3만6296명 가운데 5963명이 파업에 동참했다. 대전에서는 총 4372명 중 414명이, 전남에서는 7543명 중 1700명이, 대구에서는 7860명 중 450여명이 파업에 나섰다.

학비노조 측은 이날 파업에 참가한 학교는 6000여개에 이른다며 3일 간 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 수는 합산 9만여명으로 예상했다.

대구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심정을 일정 부분 이해한다"면서도 "자칫 상황이 길어지면 아이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전의 학부모는 "파업까지 해야하는 노동자들의 심정도 이해하지만 학교에서 일하는 분들이라면 학생들을 가장 먼저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남 광주 소재 한 중학교 교감은 "학생들이 대체로 불편하지만 이를 이해하고 즐기려는 분위기"라며 "각급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급식이 중단된 이유를 설명해 학생들도 불편을 감수하고 이해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일부 초등학교에선 학교 지침에 따라 아이들이 도시락을 들고 등교하기도 했다. 대전의 한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은 ""도시락을 먹으니까 소풍을 온 것 같아 신난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생도 '밥 대신 빵 괜찮아'라는 질문에 "어제도 빵 먹었는데"라며 "밥은 집에가서 먹어야겠다"라고 명랑하게 말했다.

전주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는 학교 측이 준비한 빵과 음료를 배급하자 아이들은 "오늘은 왜 급식을 안하냐"며 묻기도 했다. 걱정과 고생은 학부모 몫이었다.

◇학비노조 "파업 중이라도 교섭에 언제든지 응할 것"

한편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 서울지부 소속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날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최저임금보다 낮은 기본급 인상' 등을 외쳤다.


학비연대는 기본급 6.24% 인상 등 정규직과 차별문제를 해결하라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와 교육당국은 1.8% 인상을 고수하고 있다.


학비연대 측은 "파업 중이든 파업 후든 사용자측이 비정규직 차별해소와 정규직화에 대한 의지를 갖고 진전된 안을 제출할 경우 언제든 교섭에 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혜림 민선희 황덕현 기자(서울), 이윤희 기자(경기), 이찬우 기자(춘천), 임충식 박슬용 기자(전북), 김아영 기자(대전·충남), 김종서 기자(대전), 엄기찬 기자(청주), 임충식 기자(전북), 남승렬 기자(대구·경북), 허단비 기자(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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