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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하경방]경제성장률 0.2%P 낮춘 이유? 우울한 현실 인정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03 09:09

수정 2019.07.03 09:15

2019~2020년 경제전망
2019~2020년 경제전망

정부가 3일 올해 경제성장률(GDP) 전망치를 당초 2.6~2.7%에서 2.4~2.5%로 0.2%포인트 낮춘 것은 부진의 늪에 빠져버린 한국 경제상황을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올해 상반기 경제 활력 향상을 위해 전방위적 지원을 강화했다고 자화자찬을 하지만 심화되는 글로벌 경기 침체, 미중 무역갈등 합의의 불확실성, 반도체 업황 둔화, 투자·수출 위축, 내수부진 등 대내외 부정적 요인들을 극복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사실을 직시했다는 의미다.

실제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소득주도성장에서 경제활력으로 경제정책의 궤도를 일부 수정했지만 ‘뒤늦은 결단’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로 인해 기업 경영실적은 악화되면서 건설·설비 등 민간부문 투자도 위축됐다. 여기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반도체마저 조정에 들어가며 경기를 흔들었고 소비 역시 승용차, 할인점 등에서 감소세를 이어갔다.

일자리 분야에선 막대한 재정투입으로 단기 일자리를 쏟아내며 일시적인 수치 올리기엔 성공했다.
그러나 제조업·건설업은 수출·투자 부진, 주택건설 위축과 맞물리면서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고 소득 양극화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구조적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자동차·조선 등 주력산업 경쟁력은 약회됐고 정부가 연일 강조하는 ‘혁신’은 정부 출범 2년이 지났지만 성과가 보이지 않았다.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속도를 높이며 경기 여건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이런 한국 경제의 위기를 경고해왔다. KDI와 산업연구원, 피치·골드만삭스·노무라 등 국내외 전문기관들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며 한국 경제에 대한 경고등을 켰었다.

김소영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발표가 반은 예측이고 반은 원하는 숫자이기 때문에 경제성장률 전망치에 비해 실제로는 더 낮아질 것"이라며 "최저임금이나 52시간제 등 정책적인 문제가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말했다.

■뒤늦은 현실직시...하반기는 경제활력 처방
정부는 이날 하경방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6~2.7%보다 0.2%포인트 낮춘 2.4~2.5%로 관측했다. 2020년은 2.6%로 내다봤다. 2018년과 비교했을 때는 각각 0.3~0.2%, 0.1% 내려간 수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어려운 상황이나 최대한의 정책 노력을 통해 성장·고용 하방리스크를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취업자 수의 경우 일자리 정책이 효과를 나타내면서 20만명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에도 같은 수준이다. 고용률(15~64세)은 2018년 66.6%에서 2019년 66.8%, 2020년 67%로 점진적 성장을 예상했다.

소비자물가는 유가하락, 농축수산물 가격 등의 안정세로 연간 0.9% 상승을 전망했다. 소비자물가는 6월 현재 0.7%로 6개월 연속 0%상승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경상수지는 반도체 산업이 주춤한 영향을 받아 전년 764억달러에서 159억달러 줄어든 605억달러로 추정했다. 2020년엔 다시 회복해 635억달러까지 올라갈 것으로 정부는 분석했다.

■기업 투자·수출 위축...추가 하락 가능성有
정부의 경제전망이 이처럼 비관적으로 선회된 배경은 지난해 말 대비 달라진 주요 경제여건과 최근 경제상황 진단에서 찾을 수 있다. 사실상 정부의 공식적인 경제상황 인식이다.

정부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먼저 건설·설비투자가 곤두박질쳤다. 전년동월대비 건설투자는 2018년 1·4분기 1.2%에서 2·4분기 -2.5%, 3·4분기 -8.7%, 4·4분기 -5.7%, 2019년 1·4분기 -7.2% 등 5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설비투자 역시 같은 기간 10.2%에서 -4.3%, -9.4%, -5.3%를 거쳐 -17.4%까지 내려앉았다.

수출은 작년 하반기부터 반도체가 흔들리며 전체 수출의 위기를 가져왔다. 전년비 2017~2018년 반도체 평균 수출 증가율은 42.7%였다. 그러나 올 1~5월은 -21.9%까지 폭락했다. 정부는 기저효과로 인한 ‘조정’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라는 새로운 복병이 나타나면서 향후 전망도 밝지 않은 상태다.

고용은 작년 3·4분기 이후 정부의 재정이 집중적으로 투입된 분야다. 이 덕분에 취업자 증가세는 점차 회복됐다. 하지만 제조업과 건설업 고용은 수출·투자부진, 주택건설 침체의 후폭풍에 직접 노출됐다.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에도 저소득층 소득이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이로 인해 소득 불균형이 심화됐다는 점도 문제다.
최상위 20%의 평균 소득을 최하위 20% 평균소득으로 나눈 값, 즉 소득 5분위 배율은 갈수록 증가세다. 최근 잠시 떨어진 것도 저소득층 소득이 증가한 것이 아니라 고소득 소득이 줄면서 격차가 좁혀진 것이라는 우울한 분석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이나 투자 지표가 매우 나빠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경제성장률 수치를 유지하긴 어렵고 추가 하락할 것”이라며 “결국 정책에 대한 궤도 수정이 실제로 필요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권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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