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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도 예상한 WTO제소 실효성 의문… 외교채널로 풀어야" [한·일 경제전쟁]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02 17:29

수정 2019.07.02 18:13

전문가들 "외교력 부재" 쓴소리
국가안보는 WTO 위반서 예외..조정까지도 최소 2년은 걸려
상호 보복보단 정부간 대화를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제한 보복조치'에 대해 우리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에 착수했다. 'WTO 제소'가 일본의 부당한 조치에 대한 우리의 맞대응 의지를 표시하는 상징성은 있다. 그러나 우리 기업의 피해를 실질적으로 해소하는 실효성은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예측 가능한 'WTO 제소' 이외 다른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일본은 WTO 제소를 충분히 예상하고 이에 대한 논리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

과거사 문제로 촉발된 한·일 간 통상분쟁이 확전되는 것은 우리 이익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산업부, WTO 제소 준비 착수

2일 정부 및 통상전문가 등에 따르면 정부 방침대로 주무부처인 산업부 통상당국은 WTO 제소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익명을 요구한 산업부 통상당국 관계자는 "우선 일본 당국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전략물자 수출허가 제도 변경(8월 1일)이 명확해져야 하고, 우리 기업의 실제 피해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신속히 제소할지, 시간을 두고 완벽하게 준비해서 대응할지는 (정부) 판단에 따라 달라진다. 지금은 WTO 제소 쪽으로 무게를 두고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의 조치는 원칙적으로 쿼터나 수출 허가를 통해 수출을 금지 또는 제한하는 행위로 WTO 협정 위반이다. 다만 '국가 안보' 이유는 예외다. 미국 대통령이 전권을 행사하는 '무역확장법 232조'가 대표적이다. 이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국가 간 신뢰관계로 행해온 조치를 수정한 것이다. WTO 규칙에 일치한다"고 밝힌 게 같은 맥락이다.

현재 진행 중인 한·일 간 WTO 분쟁은 '한국 정부의 대우조선해양 보조금 지급(2018년 11월)'을 문제삼아 제소한 건 등 모두 3건이다. 3건 모두 일본이 WTO에 제소했다.

■"WTO제소 실익 없어"

'WTO 제소'가 국가 간 분쟁에서 예측 가능한 카드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이번 건의 경우 WTO 제소 실효성에는 의문이 많다. 이유는 △국가안보 이유로 한 예외조항이 폭넓게 인정된다는 점 △'수출 금지'가 아닌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의 명백한 피해 등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는 점 △WTO 조정까지 적어도 2년 이상 오래 걸린다는 점 등에서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WTO는 안보를 이유로 한 통상분쟁에서 (예외조항을) 폭넓게 수용하는 편이다. 승소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경제적으로 맞대응할 카드가 없다. WTO 제소는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일 뿐 실익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강대국들의 최근 보호주의 패턴대로, 외교 문제가 통상 갈등으로 확전된 지경까지 이르게 한 정부 당국자의 무능에 쓴소리를 했다. 일본이 우리 산업의 '약한 고리'를 정조준한 수입제한조치에 앞서 '위험 신호'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세계 어느 나라도 외교와 경제를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자동차 등 관세 압박), 중국(사드 보복)도 그렇다. 국가 간 정치적 분쟁이 있어도 물밑 통로는 있어야 하는데 외교에서 거의 차단됐다. 외교력 부재"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외교·안보로 촉발된 '보복'을 외교채널로 풀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한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일본이 우리가 WTO에 제소할 것도 알고 있을 것이고, 최대한 '형식'을 갖춰 꼬투리를 안잡히려고 할 것이다. 한·일 양국이 상호 보복조치로 확전해선 안된다. 경제규모가 작은 우리의 피해가 클 것이다. 정부 간 접촉으로 컨트롤해가면서 대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통상이슈로까지 왔는데 통상이 문제가 아니다.
(주무부처인) 산업부가 해결하지 못한다. 컨트롤타워에서 조율할 사안이다.
더욱이 예견됐던 일을 이 지경까지 이르게 한 정부당국자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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