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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 정상 만남 자체가 역사"… 평화의 상징이 된 판문점[남북미 정상 역사적 회동]

김주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30 17:58

수정 2019.06.30 22:05

군사분계선 넘나들며 세계에 감동
문 대통령, 철저히 조연역할 자처
트럼프 "金 안왔으면 민망했을 것"
金 "트럼프 만남 제안 트윗에 놀라"
북한지역 바라보는 한·미 정상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30일 오후 경기 파주 판문점 인근 비무장지대(DMZ) 내 오울렛 초소를 방문해 북한 지역을 관망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북한지역 바라보는 한·미 정상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30일 오후 경기 파주 판문점 인근 비무장지대(DMZ) 내 오울렛 초소를 방문해 북한 지역을 관망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2019년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상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은 미국 대통령이 됐다. 북·미 정상의 사상 첫 군사분계선(MDL) 회동이 성사되면서 아예 트럼프 대통령이 MDL을 넘어 북측으로 10여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MDL을 넘어 남측으로 넘어왔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사실상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미 대화 기류는 이날 만남으로 한순간에 분위기가 전환됐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철저하게 조연을 자처하면서도 깜짝 회동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남·북·미 3국 정상이 사상 처음으로 판문점에서 회동하는 역사적 장면이 연출됐다.


■南·北·美 정상 첫 판문점 회동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T1(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과 T2(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 사이 길로 MDL을 넘어 약 10m를 걸어 북측 판문각 앞까지 갔다가 다시 우리 측으로 걸어왔다.

MDL 앞에서 만난 두 정상은 반갑게 두 손을 맞잡았다. 김정은 위원장은 "과거를 청산하고 미래로 나아가자"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긍정적인 일이 많이 생기고 있어 기쁘다"고 화답했다.

북·미 정상의 만남은 지난 2월 28일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4개월 만이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회담에서부터 지난 2월 하노이 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이 약 1년 사이에 세 번이나 만난 것이다. 이는 북·미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다.

MDL을 넘어 걸어온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우리측 자유의집 앞으로 걸어갔다. 앞서 자유의집에서 대기하고 있던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이 환담을 나누고 있는 중 건물 밖으로 걸어나와 남·북·미 세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는 그림이 연출됐다.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는 장면에서 철저히 조연을 자처했다. 앞서 자유의집에 미리 도착해 있었지만 북·미 정상이 인사를 나누는 동안 건물 밖으로 나오지 않다가 막바지에 등장, 역사상 처음으로 종전과 평화 선언 당사자인 남·북·미 3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였다.

■北·美 비핵화-제재완화 의견 교환

이후 자유의집 건물에서 이어진 북·미 회담에서 북·미 정상은 배석자 없이 단독회담을 했다. 이 자리에선 비핵화 규모, 깊이, 방식 등을 비롯해 대북제재 완화 등에 대한 수위 등 '민감성' 발언이 긴밀하게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

자유의집 회담장에 들어선 김 위원장은 "(이번 북·미 회담이) 대통령께서 보내준 친서를 통해 사전에 합의된 만남이 아닌가 하는데, 난 어제 아침 대통령께서 (트윗으로) 그런 만남을 제안해서 놀랐고 정식 제안했단 걸 오후 늦게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북과 남 사이에 분담의 상징이고, 나쁜 과거를 연상케 하는 이런 자리(판문점)에도 오랜 적대적 관계였던 우리 두 나라가 이렇게 평화의 악수를 하는 것 자체가 어제와 달라진 오늘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SNS(트윗)로 메시지를 보냈을 때 (김 위원장이) 이 자리까지 오지 않았으면 제가 굉장히 민망했을 텐데 이렇게 나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도 말씀하셨듯 역사적 순간이며, 우리가 만난다는 사실 자체가 역사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 2년반 전의 상황을 돌아본다면 굉장히 안 좋은 상황이었고 한국과 북한, 전 세계에도 위험한 상황이었다"며 "그 후로 우리가 이뤄낸 관계는 굉장히 많은 사람에게 크나큰 의미를 가져다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시 한번 제가 선을 넘을 수 있었던 것에 큰 영광으로 생각하며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판문점 방문에 앞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오울렛 초소를 방문했다. 오울렛 초소는 MDL에서 불과 25m 거리로, 북한과 가장 가까운 초소다.
북한 땅을 육안으로도 잘 볼 수 있는 초소라 빌 클린턴, 조지 부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곳을 찾았다. 그러나 이전 대통령들은 한·미 동맹을 확인하고 북한을 압박하는 차원의 방문이었다면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은 대화 재개를 의미하는 희망적이고 긍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어 한·미 정상은 캠프 보니파스를 찾아 양국 장병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고 일일이 악수하며 이들을 북돋웠다.

ju0@fnnews.com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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