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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에 "비핵화" 의지 전한 北…G20 후 행보 '주목'

뉴스1

입력 2019.06.29 12:32

수정 2019.06.29 12:32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2019.4.2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2019.4.2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기존 입장과 큰 변화는 아직 감지 안돼…냉·온 행보 동시
매체를 통해서는 여전히 '까칠'…김정은 결심이 관건일 듯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를 통해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현상 유지를 하며 미국, 한국(남측)과의 협상 재개 시점을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27과 28일 새벽 일본 오사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연쇄 정상회담을 가졌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회담이었다.

중, 러의 정상은 모두 올 들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한 인물들이다. 지난 2월 이후 북한과 의미 있는 접촉을 갖지 못한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받았다.


시 주석은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변함이 없다"라며 "대화를 통해 이 문제(비핵화)를 풀고 싶으며, 인내심을 유지해 조속히 합리적 방안이 모색되길 희망한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한국과 화해협력을 추진할 용의가 있으며 한반도에서의 대화 추세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새로운 전략적 노선에 따른 경제발전과 민생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외부환경이 개선되길 희망한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대북 안전보장이 핵심이며 비핵화에 대한 상응조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김 위원장의 메시지는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전후로 나온 것과 큰 틀에서 변화는 없다.

비핵화의 의지는 변함이 없으나 제재 완화(외부환경의 개선)를 통한 경제 문제의 해결이 필요하며 협상 당사자인 미국 혹은 한국의 태도 변화(비핵화에 대한 상응조치)에 협상 재개가 달렸다는 뜻인 셈이다.

다만 한중, 한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한 것 자체는 김 위원장 역시 이번 G20 회의를 대화 재개의 분기점으로 본 것이라는 판단이 가능하다.

특히 기존 '중재자'였던 한국에 새 중재자로서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는 중국을 통해 "화해협력을 추진할 용의가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한 대목을 주목할 만하다. 최근 냉랭한 남북관계를 감안했을 때 경직된 메시지가 나올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날까지 G20을 전후로 한 북한의 동향은 대화 재개에 대한 긍정적, 부정적 전망을 동시에 나오게 한다. 어느 한쪽으로 무게추가 기울지는 않는 모양새다.

북한이 우리 측과 직접 대화를 통해 화해협력을 언급하진 않은 점에서는 여전히 우리 측이 안고 있는 숙제가 크다고 볼 수 있다.

'화해협력'을 언급했지만 북한은 G20 계기 관련국의 연쇄 정상회담이 사실상 시작된 지난 27일부터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고 있다. 이달 중순 진행된 북유럽 순방에서 나온 발언을 두고 불만을 제기하는 것이다.

비록 당국의 공식 입장을 표명하는 노동신문 등의 매체를 통한 비난이 아니고 실명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우리 측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이 주는 시그널은 긍정적이라고 할 순 없다.

그렇지만 이날부터 공식 일정이 시작되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미 정상 간 접촉 내지는 메시지 표출 가능성이 점쳐지는 것은 대화 재개를 논할 때 긍정적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도착을 앞둔 이날 오전 연이어 김 위원장과의 'DMZ 조우'를 언급했다. 자신의 SNS를 통해 "한국에 있는 동안 김 위원장이 이 글을 본다면 나는 남과 북의 국경지대인 DMZ에서 그를 만나 그와 악수하며 인사라도 나누면 좋겠다(?)!"라고 언급한 것이다.

스스로도 '(?)'를 적을 정도로 불확실한 계획을 언급하긴 했으나 북한에 적극적인 제스처를 취했다는 점은 미국이 주도적으로 대화판을 움직이고 싶다는 의사를 표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역시 최근 일련의 대미 비난 담화를 발표하면서도 "세상이 다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조미관계는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와 미국 대통령 사이의 친분관계에 기초해 나가고 있다"라고 언급하며 북미 두 정상의 결심에 따라 상황의 전개는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북한이 G20을 계기로 대화판에 적극 나설 결심을 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제안에 호응할 가능성도 있다. 김 위원장이 직접 나오지 않더라도 의미 있는 메시지가 표출될 수도 있다.
한미 정상의 대북 메시지 발표 후 나타날 북한의 보폭으로 대화 재개 시점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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