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진의 글로벌 워치]

신남방정책 긴 호흡으로 봐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27 17:27 수정 : 2019.06.27 17:27
미·중 갈등은 2013년 사드 사태로 부각된 교역국 다변화를 더욱 시급한 과제로 만들었다. 그 선두에 동남아 및 서남아 국가들과의 다층적 협력을 지향하는 신남방정책이 있다. 신남방 지역은 경제뿐 아니라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전략과 중국의 1조달러 일대일로가 만나는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일본은 인도의 독립에 간접적 도움이 된 인연으로 인도와 가깝고, 아세안과도 돈독하다.


후발주자인 우리는 무엇으로 신남방 국가의 마음을 살 것인가. 우리의 신남방정책은 무역과 투자 그리고 베트남 등 일부 국가에 편중된 하드파워 정책이다. 당장 경제협력으로 둔화된 무역과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신남방정책의 지속가능성과 효율성은 소프트파워 전략이 있어야 담보될 것이다.

소프트파워 전략은 우리의 경제·전략적 필요와 함께 신남방 국가들이 한국에 기대하는 바를 이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크게 두 가지다. 과거 비슷한 처지였던 한국이 개발경험을 체계적으로 공유하고, 국제사회에서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대부분의 신흥·개도국은 한국을 경제발전의 교과서로 여긴다. 2010년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일부 선진 7개국(G7)의 반대에도 '개발'이 주요 의제로 채택된 것은 한국의 이니셔티브였기 때문이다. 최근 필자가 참석한 멕시코시티 국제회의에서 4명의 멕시코 상원의원이 "멕시코가 배워야 할 경제모델은 한국"이라고 수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경제개발 경험 공유의 핵심은 인적 교류다. 신남방 국가의 관련기관들과 접촉할 때면 반드시 듣는 얘기가 있다. 한국이 아세안의 틀 안에서 이뤄지는 협력 외에 양자 간 교류협력에도 적극 나서달라는 요청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식공유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의 개발경험을 공유하고는 있으나 인력과 예산 부족 탓에 개도국 공무원을 대상으로 제한적 내용을 다루고 있다. 또한 컨트롤타워 부재로 부처별로 각종 프로그램들이 중복·분산돼 있어 예산낭비를 초래하고 있다. 게다가 작년 우리 외교부의 아세안 및 남아태 지역 교류협력 강화(-73.8%), 외교홍보 역량(-29%) 등의 예산은 크게 줄었다. 신남방정책 컨트롤타워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가 마땅히 검토해야 할 문제들이다.

이와 함께 청와대 차원에서 서울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국제사회의 큰 환영을 받았던 '글로벌 거버넌스 및 개발센터' 설립방안을 진지하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인류발전에 기여한 대한민국의 유산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신남방 국가를 포함한 개도국은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원칙과 소신을 가지고 품격과 모범을 보여주기 바란다. 현재 미·중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세계무역기구(WTO)의 개도국 지위 기준이 또 하나의 쟁점이 되고 있다. 우리는 국내 정치적 유불리 때문에 WTO의 개도국 지위 유지에 집착하고, 다자외교 성과로 홍보한다. 중국처럼 1인당 소득과 교육수준이 개도국이라고 주장할 수도 없는 한국이 이 논쟁의 첫 번째 표적이 되기 십상이다. 개도국 지위를 박탈당하는 국가적 수모를 당하기 전에 먼저 포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을 배우고자 하는 개도국과 한국이 모범을 보이기 바라는 국제사회의 눈초리는 매섭다.

kjsong@fnnews.com 송경진 FN 글로벌이슈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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