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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자족능력 키우고 상권 활성화 위해 타깃층 다르게 설정 [3기 신도시 성공 조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26 17:35

수정 2019.06.27 17:29

[현장르포] 상가공실 일산 13%·분당 1%… 1기 신도시 통해 배운다
일산, 역세권·상업지구 따로 개발… 비슷한 상권 난립 유동성 분산
분당, 역세권 중심 상권 형성… 판교 테크노밸리 등 소비층도 유지
지난 22일 찾은 경기도 고양 일산동구 상업지구 라페스타. 1층 메인 상가에 임차인을 구하는 알림판이 붙어있다. 사진=강현수 인턴기자
지난 22일 찾은 경기도 고양 일산동구 상업지구 라페스타. 1층 메인 상가에 임차인을 구하는 알림판이 붙어있다. 사진=강현수 인턴기자
【 일산·분당(경기)=강현수 박광환 이용안 인턴기자】 '암흑도시'. 김태호씨(37)는 상업지구 웨스턴돔을 이렇게 불렀다. 김씨는 경기 고양 일산에 있는 웨스턴돔에서 가방 가게를 한다. 지난 22일 방문한 웨스턴돔은 해가 지면 상가의 불도 꺼진다. "예전엔 밤 10~11시까지 가게 문을 열어놨어요. 지금은 손님이 없으니까 저녁 7~8시면 문을 닫아요."

웨스턴돔에서 약 350m 떨어진 또 다른 상업지구 '라페스타'의 상황도 비슷했다.
핵심 점포가 있어야 할 상가 1층에는 '임대문의' 딱지가 붙어있었다. 공연을 위해 설치된 야외무대에는 빛바랜 영화관 행사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같은 날 경기 성남 분당구의 '서현역 로데오거리'. 서현역 5번 출구 근처 한 라멘집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아르바이트생은 계속해서 손님의 주문을 받았다. 매장 밖에는 자리를 기다리는 손님이 줄을 이었다. AK플라자 분당점도 북적이는 건 마찬가지였다.

일산과 분당, 1기 신도시의 상권 표정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일산과 분당의 상가공실률은 각각 13%, 1%였다. 3기 신도시 건설 계획이 발표된 시점에서 일산과 분당 상권의 차이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상권 형성 방식서 차이 보여

일산 상권 침체의 가장 큰 원인으로 상권 난립을 꼽았다. 상권이 산발적으로 형성돼 유동인구도 소규모로 흩어져 버렸다는 지적이다. 일산은 라페스타(2003년 개장), 웨스턴돔(2007년), 원마운트·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2013년), 스타필드 고양(2017년) 등 대규모 상권이 수년에 한 번씩 등장했다. 일산동구 상가 전문 중개사무소 대표 이모씨(49)는 "인구는 제한적인데 비슷한 성격의 상권이 너무 많이 생겨나는 것이 문제"라고 분석했다.

분당 상권이 서현역 로데오거리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는 점과 비교해 보면 일산의 상권 난립 현상이 두드러진다. 분당 공인중개업소 이사 지모씨(61)는 "일산은 개발 당시 역세권과 상업 지구를 따로 만들었다. 반면 분당은 역세권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돼 유동인구 분산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일자리, 유동인구 부족도 문제

일산 상권 침체의 또 다른 이유는 일자리 부족이다. 지 이사는 "일산 주변에는 시너지를 일으킬 만한 인프라가 부족하다. 고급 인력을 끌어들일 요인이 없다 보니 소비도 줄어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일산 인구 대비 사업체 종사자 비율은 36.6%으로 나타났다. 같은 시기 분당은 58.1%에 달했다. 일산이 베드타운 성격이 강하다는 의미다. 지 이사는 "판교 제2 테크노밸리는 카카오, 네이버, 넥슨 등 유수의 기업들로 꽉 차있어 핵심 소비층을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산 상권 문제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건 지역 자영업자다. 주변 경쟁 상권이 떠오르자 기존 상권의 매출이 곤두박질쳤다. 라페스타에서 16년째 아이스크림 가게를 운영 중인 노모씨(54)는 "가게 시작하고 딱 3년까지만 장사가 잘됐다. 그 이후로는 매출이 계속 떨어지더니 요즘 들어 최고로 불황"이라고 토로했다.

웨스턴돔에 있는 24시 한식당 주인 박모씨(62)도 "일산 상권 전체가 주춤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권 침체에 따라 권리금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 대표는 "스타필드라는 대기업이 들어오고 나서 1억~2억원 하던 권리금이 쫙 빠지더니 지금은 0원인 곳도 있다"며 "3기 신도시 입주가 시작되면 권리금을 떠나 월세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빨대효과' 막는 게 최우선

전문가들은 3기 신도시 상권 활성화를 위해선 우선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상권은 교통이 발달하면 결국 '빨대효과'가 나타나 핵심 지역인 서울로 집중될 수밖에 없다"며 "해당 지역에만 찾아볼 수 있는 생활밀착형 상가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시의 자족능력도 상권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꼽혔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고용이 늘어나면 인구도 유입된다.
이 사람들이 고정 소비자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권 침체를 방지하기 위해선 도시의 자족능력을 키워 지역 내 소비를 촉진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심 교수는 "3기 신도시는 수요 분산을 막기 위해 각 상권의 타깃층을 최대한 다르게 설정해야 한다"며 "중복되는 역할의 상권 형성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hyeonsu95@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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