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졸피뎀 행방은 현 남편-CCTV 확보는 유족…부실수사 ‘논란’

좌승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18 00:34

수정 2019.06.25 11:04

고유정 긴급 체포 당시 빠트린 약봉지 현 남편이 확보
범행 장소 CCTV 영상 유족이 찾아줘…초동수사 오점
'전 남편 살해 사건' 피의자 고유정이 12일 오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지난 5일 신상공개가 결정된 후, 7일 얼굴이 공개됐던 고씨는 이날 다시 머리를 풀고 고개를 숙인 채 모습을 드러냈다. [뉴스1]
'전 남편 살해 사건' 피의자 고유정이 12일 오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지난 5일 신상공개가 결정된 후, 7일 얼굴이 공개됐던 고씨는 이날 다시 머리를 풀고 고개를 숙인 채 모습을 드러냈다. [뉴스1]

[제주=좌승훈 기자] 제주도내 모 펜션에서 전 남편을 잔혹하게 살해한 피의자 고유정(36)에 대한 경찰의 부실수사 논란이 또 불거졌다.

경찰이 지난 1일 충북 청주시 주거지에서 고유정을 긴급 체포할 당시 여행용 가방에 있었던 수면제 성분인 졸피뎀 약봉지를 압수물품에서 빠트렸다.
고유정이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자칫 계획범행의 중요한 단서가 될 증거물을 놓칠 뻔 했다..

현 남편인 H씨(37)는 지난 5일 유치장에 있던 고유정과 면회하다 느닷없이 청주 집에 있는 자신의 여행용 가방에 경찰이 갖고 갔는지 물었으며, 이에 이상한 느낌이 든 나머지 고유정의 여행용 가방을 뒤져 졸피뎀을 발견했고, 이를 경찰에 건네줬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은 이에 따라 지난 9일 졸피뎀 처방 근거를 확인하기 위해 고유정이 범행 전에 다녀간 충북 청원군 모 병원과 약국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또 이를 토대로 범행현장과 압수 물품에서 확보된 피해자 혈흔에 대한 2차 검사를 통해 졸피뎀 성분을 확인했다.

앞서 경찰은 피해자 혈흔에 대한 국과수의 1차 약독물 검사에서 ‘아무런 반응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결과를 받았다. 이에 대해 경찰은 혈흔 채취량이 미미해 정확한 결과가 안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며 국과수에 재차 약독물 검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수사 초기에도 오점을 남겼다. 유가족이 범행 전후 고유정의 행적이 담긴 펜션 근처의 CCTV 영상을 찾아준 뒤에야 본격 수사에 나선 것이다. 아울러 지난달 27일 밤 제주시의 모 마트 주차장에 피해자의 모닝 차량이 사흘째 그대로 세워져 있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차량 내 블랙박스 영상조차 살피지 않다가 다음날 유가족의 요청으로 조사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고유정은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의 모 펜션에서 전 남편 강모(36)씨를 흉기로 살해한 후 시신을 옮겨가며, 두 차례 이상 훼손하고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유정은 지난 12일 살인과 사체 손괴·유기·은닉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제주지검은 형사1부장을 팀장으로 강력팀 3명 등 모두 4명의 검사를 사건에 투입해 실체적 진실을 확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고씨의 구속 만기일인 7월1일 전까지 보강수사를 마무리하고 기소할 예정이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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