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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기·삼한시대 집단주거지의 모습은.. 부산박물관 노포동고분군 3차 시굴

정용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17 18:02

수정 2019.06.17 18:02

고대국가 발생과정 알 수 있는 도질토기 등 유구 총 48기 발견
당시 핵심 세력권 무대일 가능성
하늘에서 본 노포동고분군 3차 시굴 현장. 부산박물관 제공
하늘에서 본 노포동고분군 3차 시굴 현장. 부산박물관 제공

"노포동고분군 구릉 정상부 흙을 벗겨보니 청동기~삼한시대가 중첩된 유구가 나온 상황이다. 위치를 보면 이곳은 북쪽에서 선진 문화가 부산으로 들어오는 1번지 격이다. 위치가 얼마나 좋았으면 여러 시대에 걸쳐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았겠나."(정의도 부산시 문화재위원·한국문물연구원장)

부산 노포동고분군 구릉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았을까.

부산박물관은 부산 일대 청동기-삼한시대 태동을 알기 위한 금정구 노포동 노포동고분군 3차 시굴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17일 밝혔다.

노포동고분군은 지난 1983년 최초 발굴 당시 3~4세기에 걸친 분묘 유적과 와질토기·철제무기류 등이 다량으로 출토돼 영남 일대 고대사 문화를 대표하는 유적지로 알려졌다.

이후 2017년 1차 조사에서 청동기시대 주거지와 삼한시대 분묘·수혈 그리고 유물 50여점 등이 출토됐고, 2차 조사에서도 두 시대의 취락 관련 유구가 확인됐다. 특히 2호 주거지는 부산에서 볼 수 없었던 송국리식 주거지가 발견되면서 수영강 유역에서 최대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금정구청은 유적의 분포 범위가 보호구역뿐만 아니라 지정된 범위 밖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구릉 정상부를 중심으로 한 3차 시굴조사를 지난 5월 3일부터 부산박물관에 맡겼다.

발굴 현장은 금정구 노포동 고분로 인근 해발 125m의 산 북서쪽 경사면이다.

조사팀은 이번 3차 시굴조사에서 6개 트렌치(시굴 갱도)에서 수혈유구로 추정되는 굴광선을 확인했고, 평면 형태에 따라 방형계 수혈 19기, 송국리원형계 수혈 15기, 송국리 주혈 11기, 추정 구상유구 3기 등 총 48기의 유구를 발견했다.

특히 고분군에서는 900도 정도의 고온에서 구운 와질토기와 그보다 뛰어난 기술이 필요했던 도질토기가 중첩돼 발견됐다. 이는 토기의 발전과정과 외부문화의 수용, 나아가 고대국가의 발생과 전개 과정을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유적으로 꼽힌다.

앞선 조사 결과와 이번 3차 조사를 종합해보면 노포동·두구동 일대는 3세기 중엽부터 최대 6세기까지 여러 시대에 걸쳐 사람들이 살았던 집단주거지로 추정된다.
복천동과 연산동에 고분군을 남긴 강력한 세력이 등장하기 이전이나 이후에도 이곳에는 사람들이 거주할 만큼 핵심지역이었다.

박정욱 부산박물관 학예사는 "이번 조사에서도 두 시대의 취락 유구가 발견된 것으로 보아 이 인근에 위치한 두구동 고분군과 함께 어떤 세력권의 무대가 아닐까 싶다"면서 "유적의 밀집도가 매우 높아 구릉 전체 능선과 사면부에 대한 발굴조사를 실시하면 분묘나 제사 시설 등이 나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조사팀은 이번 시굴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문화재 정밀조사 계획을 정하고 향후 시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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