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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파운드리 영토 확장 시작됐다

조지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17 17:29

수정 2019.06.17 17:29

시스템 반도체 투자 나선 삼성.. 반도체설계 기업들과 줄계약
글로벌 점유율 확대 팔걷어.. 대만 TSMC 1위 수성 안간힘
삼성, 파운드리 영토 확장 시작됐다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점유율 경쟁이 본격화됐다. 대규모 시스템 반도체 투자 계획을 밝힌 삼성전자가 점유율 다툼의 불씨를 당겼다. 삼성전자는 최근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들과 잇따라 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현재 세계 파운드리 시장 1위인 대만의 TSMC도 기존 주요 고객사와의 거래 지속에 힘을 쓰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하고 있는 퀄컴과 엔비디아로부터 제품 생산 물량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생산하는 제품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신공정인 극자외선(EUV) 기반의 7나노미터(nm)를 적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삼성전자와 모바일 그래픽 관련 전략적 제휴를 맺은 AMD도 GPU와 중앙처리장치(CPU) 생산에 있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설비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에선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IBM에 이어 글로벌 팹리스 시장의 '큰 손'들을 대거 고객으로 유치하고, 지속적으로 늘려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올 하반기 이후 점유율이 크게 상승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잇따른 수주 확보 성공에는 후발주자로서 시장을 확보해 나가기 위한 저가 전략이 자리잡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오는 2030년 파운드리 업계 1위 목표를 제시한 만큼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수익성을 다소 포기하는 대신 주요 고객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기관인 트렌드포스의 최근 자료에 의하면 지난 2·4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49.2%를 차지하며 여전히 1위였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8.0%로 1위업체의 절반 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 뒤를 이어 글로벌 파운드리(8.7%), UMC(7.5%), SMIC(5.1%) 등의 순서였다.

전 세계 2·4분기 파운드리 시장은 154억달러(약 18조26000억원) 규모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8% 감소했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파운드리 시장이 세계 경제 둔화 영향으로 지난해에 비해 3% 줄어들며 10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최근 지속되는 약세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수익보단 시장 확대를 선택함에 따라 파운드리 업계가 요동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대응해 TSMC도 주요 고객사인 애플의 차세대 스마트폰에 탑재된 칩셋 물량 수주에 나서는 등 점유율 지키기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다만 TSMC가 중국 화웨이와 거래를 지속할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 업체들과 거래가 유지될 수 있을 지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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