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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디 서 있는가" 50대가 된 386세대, 스스로에게 묻다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17 16:58

수정 2019.06.17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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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중장년 티켓파워
수상여부·평점 등에 가장 민감..칸 수상이 극장으로 이끌어
'살인의 추억' 개봉땐 30대 인터넷 예매로 흥행 이끈 경험
관람 후기는 엇갈려..좌절감 느꼈다는 의견 지배적
"노골적 갑을 관계, 불편했다" "가난해도 화목한 가정 인상적"
"난 어디 서 있는가" 50대가 된 386세대, 스스로에게 묻다

"난 어디 서 있는가" 50대가 된 386세대, 스스로에게 묻다

영화 '기생충'이 개봉 18일째 누적 관객 수 834만명을 모았다. 손익분기점은 개봉 5일(약 370만명)째 일찌감치 넘겼고, 개봉 14일째 '써니'(736만명)를 제치고 역대 5월 개봉 최고 흥행작이 됐다. 역대 칸영화제 수상작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것은 물론이다.

■50대 이상, 남성 관객 ↑

'기생충' 흥행에 기여한 세대는 50대 이상 중장년층으로 분석됐다. CGV리서치센터가 지난달 30일부터 12일까지 '기생충' 연령별 예매 비율을 분석한 결과, 50대 예매율은 14.9%로 동기간 전체 영화 평균 8.9%보다 6%나 높았다. 또 '기생충' 남자 예매율이 40.3%로 동기간 전체 37.3%보다 3% 더 높았다.
최근 3년간 700만 이상 관객을 모은 영화와 비교해도 '기생충'의 50대 예매율은 이례적으로 높다. CGV 홈페이지 기준 '기생충'의 50대 예매율은 13%로, '1987' 11%, '공조' 10%, '신과 함께-죄와 벌' 9%, '스파이더맨:홈 커밍' 6% 그리고 2019년 100만 영화의 평균 예매율 10%보다 높았다.

왜 50대가 많을까. 김형호 영화산업분석가는 "'기생충'의 외적 조건에 가장 부합하는 잠재 관객층이 50대"라고 설명했다. "50대는 영화 선택 시, 영화제 출품과 수상, 주변 평가, 흥행 성적, 전문가 평점에 가장 민감한 연령대"라며 "칸 수상 이후 9시 뉴스 폭탄이 50대 이상의 호기심을 자극해 실제 관람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 5월 발표한 '한국영화 소비자 동향 변화 및 영화 선택 과정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50대는 정통 뉴스 미디어를 선호해 온라인 평점 대신 전문가 평점, 영화제 출품 및 수상 여부 등을 가장 많이 따졌다.

한국 영화산업 분석을 시작한 이래 최초로 '30대 넥타이 부대'를 움직였던 영화가 봉준호·송강호 콤비의 '살인의 추억'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봉준호·송강호 콤비가 함께한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는 한국 사회의 현실을 투영하면서도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아왔다.

김형호 영화산업분석가는 "'살인의 추억' 때만 해도 20대가 영화의 주된 관객층이었다. '살인의 추억'은 개봉 3주차부터 '넥타이 부대'의 예매량이 증가해 장기 흥행에 성공했다. 당시 30대, 즉 지금의 50대는 인터넷 예매 시대를 열었던 세대"라고 부연했다. 50대 예매 비율은 매년 증가세다. 2013년 평균 4%에서 2019년 10%로 상승했다. 가족과 함께 영화를 가장 많이 봤고, 이제 독립적으로 극장을 찾는 세대다. 한국 사회에서 50대는 삶의 기로에 서 있는 세대이기도 하다. 한국고용정보원 '고용 동향 브리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한국 남성의 '주된 일자리 퇴직연령'은 51.6살이다. 영화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가족 희비극이다. 극중 자영업 실패로 반 지하에 사는 송강호네 가족은 우연한 계기로 IT기업 박사장네 취업하게 되고, 어느 밤 예기치 못한 인물이 박사장네를 찾아오면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영화 '기생충'
영화 '기생충'

■'신중년' 386세대 다양한 반응

그렇다면 영화를 본 50대의 반응은 어떨까. 실제로 뉴스 등의 영향으로 영화를 본 이들의 반응은, "불쾌하고 씁쓸하다." "가슴이 먹먹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 50대 가정주부는 "'기생충'의 칸 수상 소식을 접하고 친구와 극장에 갔다"고 말했다. 반 지하에 살아본 적은 없다고 밝힌 이 가정주부는 "기분 좋은 영화는 아니었다"며 "갑을관계에 대해 알지만 영화가 그 관계를 집중적으로, 그것도 노골적으로 다뤄서 불편했다"고 말했다. 한 50대 남자 직장인 역시 "불편했다"고 답했다. 그는 "경제적 빈곤이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했다"며 "과거 힘들었던 시절이 생각 나 너무 가슴 아팠다"고 했다.

반대로 가난하지만 화목한 가족의 모습에 주목한 한 50대 남자 직장인은 "경제적인 어려움 등 현실을 냉정하고 적나라하게 그렸지만, 부모와 자식 등 가족 간의 관계에 있어서는 끝까지 희망을 보여주려 애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계층 간 갈등보다는 가족 간 서로 믿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세대 간의 화합과 희망을 나타내는 것으로 생각돼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오동진 영화 평론가는 '기생충'에 대해 "한국의 정치 사회 지형도를 바꾸려던 386세대가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내가 바꾸려던 그 사회는 어떻게 되어 있는가'에 대해 돌아보게 해준다"고 평했다. 또 386세대가 이 영화를 보고 불편한 이유는 좌절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수직화가 더 강화돼 불편하고, 세상을 바꾸려 했으나 바뀐 적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해서 불편하다. 지금의 50대는, 사회를 바꿀 동력을 상실했다"고 부연했다.

전찬일 영화 평론가는 '기생충'이 무거운 주제로 관객을 불편하게 만들면서 흥행몰이를 하는 이유로 영화의 높은 완성도를 꼽았다. 그는 "봉준호 영화 역대 최고작"이라며 "'기생충'을 통해 봉준호가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고 평했다.
'기생충'은 재관람율은 4.2%다. CGV회원 기준 100명중 4명이 이 영화를 다시 봤다는 뜻이다.
SNS를 중심으로 다양한 패러디도 양산하고 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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