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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DJ 등 긴급조치9호 피해자, 국가배상 인정 안돼"

뉴스1

입력 2019.06.17 12:16

수정 2019.06.17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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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세 이희호 여사 등 75명 원고 나섰지만 모두 패소
"고도의 정치성 띤 국가행위"…양승태 시절 판결유지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법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 긴급조치 9호로 입은 피해에 대해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놨다.

1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선희)는 지난 13일 1976년 '명동사건' 당시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던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 소송에는 김 전 대통령을 대신해 지난 10일 별세한 고(故) 이희호 여사와 김 전 대통령의 아들들이 원고로 나섰다. 당시 김 전 대통령과 함께 유죄를 선고받은 함세웅 신부와 고 문익환 목사, 고 윤보선 전 대통령의 유족들 등 75명이 참여했지만 모두 패소했다.

재판부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긴급조치 9호가 위헌이라는 점은 인정했지만,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 판단을 들며 국가의 배상 책임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긴급조치 9호가 위헌·무효로 선언됐다고 하더라도, 유신헌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긴급조치권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원칙적으로 국민 전체에 대한 관계에서 정치적 책임을 질 뿐, 국민 개개인에 대한 관계에서 민사상 불법 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시행됐던 영장 없는 체포와 구금 등 행위에 대해서도 "당시 긴급조치가 위헌·무효임이 선언되지 않았던 이상, (배상의 조건이 되는)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이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인 2015년 3월26일 대법원 선고에 따른 것이다. 당시 긴급조치 피해자들 개인의 국가배상청구권은 위와 같은 이유로 인정되지 않았다.


김 전대통령 등은 지난 1976년 3·1절을 맞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700여명의 신자 등을 앞에 두고 '3·1 민주구국선언'을 발표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원은 1977년 김 전대통령과 문 목사, 윤 전대통령, 민족운동가 함석헌 선생 등에 대해 징역 5년과 자격정지 5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헌법재판소는 2013년 긴급조치 9호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고, 이후 서울고법은 김 전 대통령 등 생존 피해자들과 유족들 일부가 제기한 재심을 받아들여 36년만에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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