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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삼성전기 부산사업장, 전장용 MLCC에 사활… 원료 공정부터 차별화

권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16 18:08

수정 2019.06.16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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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용보다 수명·사용온도 까다로워..자동차용 전용 원재료 공장 짓는중
"2022년 점유율 세계 2위 올라설 것"
삼성전기 클린룸
삼성전기 클린룸

【 부산=권승현 기자】지난 13일 부산 삼성전기 사업장에서 확인한 전장용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는 가로 3.2㎜, 세로 2.5㎜로 아주 작았다. 머리카락 두께보다 얇은 IT용 MLCC(가로 0.2㎜, 세로 0.1㎜)보다는 컸지만 미세한 바람에도 맥없이 날아갈 것 같은 크기였다. 삼성전기 직원들은 이 작은 제품 하나를 위해 방진복을 입고 소리 없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삼성전기는 이 전장용 MLCC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 중심에는 부산 사업장이 있다. 이곳은 전장용 MLCC의 연구·개발(R&D)부터 원재료, 제품 생산까지 이어지는 생산 체계를 갖춘 곳이다.
삼성전기는 이곳에서 고가 제품을 선별적으로 생산한다. 현재 건설 중인 중국 텐진 공장은 중저가 제품을 비롯한 대량 양산의 중심기지로 활용한다.

MLCC는 회로 내에서 전기 에너지를 축적했다가 필요할 때 보내주는 역할을 한다. 처리하는 정보량이 많은 기기일수록 MLCC 탑재량은 늘어난다. MLCC는 IT용과 전장용 크게 두 가지 시장으로 나뉘는데, 기기 하나당 탑재되는 MLCC의 수는 전장용이 훨씬 많다. 이를테면 스마트폰에는 800~1000개, 개인용컴퓨터(PC)에는 1200개, TV에는 2000개가 탑재된다면 자동차에는 최대 2만개까지 탑재된다. 전장용 MLCC는 수익성도 높다. 전장용 MLCC 가격은 IT용에 비해 최대 5배 비싸다. 성장 잠재력도 긍정적이다. 현재 전장용 시장은 전체의 20%에 불과하지만 2024년에는 35%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삼성전기는 전체 MLCC 시장에서 일본의 '무라타'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전장용 MLCC만 떼놓고 보면 아쉬운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정해석 삼성전기 상무는 "전장용 MLCC 시장은 기술 난이도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다. 하지만 그만큼 수요가 안정적이며 장기간 공급이 가능한 시장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는 전체 시장의 10%를 차지하는 게 목표지만 2022년에는 세계 2위로 올라설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장용 MLCC 시장은 무라타, TDK 등 일본 업체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전장용 MLCC는 IT용 제품보다 공정 난이도가 높다. IT용 제품은 3년 정도의 제품 수명을 보장하면 되지만 전장용은 최소가 15년이다. 사용온도도 IT용은 85℃ 정도지만 전장용은 150℃가 넘는다. 자동차 엔진 가까이에서 쓰이는 경우도 많아서다. IT용은 10V 이하의 전압에서 쓰이지만 전장용은 모터 구동을 하다보니 630V~1㎸까지 올라간다.

정 상무는 "전장용은 고온·고전압에 견딜 수 있도록 원재료부터 다른 것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기가 현재 부산사업장 한켠에 전장 전용 원재료 공장을 짓고 있는 이유다. 정 상무는 "경쟁사가 내재화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내재화하는 데 집중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원료 공장은 내년 상반기 가동이 목표다.

ktop@fnnews.com 권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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